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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믿습니다"…주가 떨어지면 바로 줍는 서학개미들

김인경 기자I 2024.07.02 05:40:00

지난주 순매수 1위 반도체 3배 ETF…4860억원 담아
엔비디아, 3일간 12% 내리자 5000억원 순매수
마이크론, 가이던스 발표 후 약세에 1280억 '사자'
"주도주에 매수세 몰려…고평가 우려도 인지해야"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로 향하는 서학개미의 열정이 식을 줄을 모르는 모습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매도로 급락한 엔비디아를 사들이고 수익을 얻은 서학개미는 이번엔 마이크론을 공략하며 ‘저가매수’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AI 반도체를 향한 서학개미의 열정이 과거 테슬라 열풍과 유사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내리면 산다…AI반도체 믿는 서학개미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6월 24~28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배(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은 5거래일간 이 종목을 3억 5175만달러(4861억원) 사들였다.

이어 엔비디아를 3억 3635만달러(4648억원) 순매수했고 엔비디아의 수익률을 1.5배 추종하는 ‘그래닛쉐어즈 1.5배 롱 엔비디아데일리(GRANITESHARES 1.5X LONG NVDA DAILY)’로 이 ETF를 2억 4136만달러(3336억원) 샀다. 개인들의 순매수 종목 4위는 마이크론(1억 7556만달러·2426억원)로 집계됐다. 순매수 종목 상위권을 모두 AI반도체 관련 종목이 휩쓴 셈이다. 일주일간 상위 4개 종목에 몰린 매수세는 11억 503만달러로, 우리 돈 1조5271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서학개미는 주식예탁증서(TSMC)와 암(ARM)도 2152만달러(297억원), 1872만달러(258억원)씩 순매수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서학개미가 이들 종목의 하락세를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반도체주가 고평가 논란 탓에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서학개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20~24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내부자 거래 등의 논란으로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2.88% 내렸고 135달러에서 거래되던 주식은 118달러까지 빠졌다. 하지만 서학개미들은 이 하락세를 확인할 수 있는 21~25일(한국시간) 3거래일간 엔비디아를 무려 3억 5743만달러(4939억원) 순매수했다.

마이크론 역시 실적 발표 이후 26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한 후, 실망스러운 3분기 실적 전망치(가이던스) 제시 탓에 시간 외 시장에서 약세를 보였다. 이어 27일(현지시간) 정규장에서도 7.12% 내렸다. 그런데 서학개미들은 이를 본 27~28일(한국시간) 양일간 마이크론을 9310만달러(1286억원) 사들였다. 이 기간 엔비디아(8079만달러·1116억원) 보다 더 마이크론을 더 사들인 수치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미국에서는 AI 반도체를 둘러싸고 긍정론과 고평가에 따른 우려가 공존하지만 국내에선 그래도 AI 종목은 우선 사놓으면 오른다는 긍정론이 더 큰 모습”이라면서 “서학개미들은 다양한 종목을 사들여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기보다 미국 증시 내 주도주로 몰리는 성향이 더 크다”라고 설명했다.

여전한 실적 기대 속 고평가 논란도

서학개미가 AI반도체에 열광하는 것은 수익률 때문이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은 올해 상반기 각각 149.46%, 54.12% 급등하며 갑갑한 코스피의 도피처 역할을 제대로 했다. 실제 상반기 코스피는 5.37% 오르는데 그쳤으며 코스닥은 그나마도 3.02% 내렸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AI랠리가 시작된 후, 엔비디아의 주가 조정이 몇 차례 있었는데 실적 탓이 아니었다”면서 “중국의 우회 접근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중동기업 오레두와 중동 5개국에서 데이터센터에 AI기술을 구축하는 계약을 체결해 수출규제 압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반드시 확인한 후 접근해야 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저위험 주식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카츠 매트릭스에셋자문 최고투자책임자(CFO)는 “엔비디아는 훌륭한 회사지만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매수할 계획도 없다”면서 “훨씬 낮은 위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종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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