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마포구의 마포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이 지역 주민 김모(70)씨는 요즘 코딩 공부에 한창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한 번 걸어본다는 심정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며 “주위 친구들도 돈 벌기 위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 등을 따려고 공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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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1시. 이데일리가 찾은 마포중앙도서관에서도 60세 이상의 중장년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도서관 3~4층에 마련된 책상에는 서 너 명에 한 명꼴로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중장년층이 자리를 차지한 채 ‘열공’ 중이었다. 귤과 커피 믹스 등을 집에서 가져와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은 청년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지역 주민인 이모(63)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점심은 지하 1층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이씨는 “다들 100세 시대라고 하니까 적은 돈이라도 벌어서 생활비에 충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올해 초부터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안 그러면 은퇴한 친구들하고 노는 게 일상인데 그것도 하다 보면 지겹기도 하고 도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께 찾은 서울 강서구 가양도서관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 도서관 3층에 마련된 책상에는 문제집 등을 보며 공부하는 중장년층이 여럿 보였다. 이 지역 주민인 신모(64)씨는 “문화관광해설사를 준비하느라 공부하고 있었다”면서 “적은 돈이라도 벌어야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할거 같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양모(65)씨는 “휴식 차원으로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있다”면서도 “주위에 문제집을 풀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내 또래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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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건강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가 규정한 은퇴 나이와 본인이 체감하고 있는 나이 간의 격차가 있다”면서 “사회변화가 개개인이 아직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따라 잡지 못하는 괴리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제도의 변화와 관계없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간편한 방식인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