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처리 소홀' 공무원이 직무유기 무죄받은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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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기자I 2020.12.28 00:10:00

보령시청 공무원, 축산시설 민원에 현장 안가
공무원 A 씨 "민원 받고 전화로 해결하려 해"
1심 "국민 피해 가능성 있어"…유죄 판단
2심, 유죄 뒤집어…"업무태만, 직무유기죄 성립 안해"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충남 보령시청 건축과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 씨는 직무유기죄로 고발당해 지난 2018년 검찰조사를 받게 된다.

사건의 시작은 축산분뇨처리시설과 관련된 민원이었다. 민원인은 2017년 10~12월 축분장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축분장은 증축 중이었는데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되고 있는데다 건축주가 사용신고를 하지 않고 축분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민원인은 민원을 위한 현장사진과 도면을 가지고 4회에 걸쳐 직접 시청을 방문했다.

민원 제기가 들어오면 공무원으로서 현장에 나가 위법사항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A 씨는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지난해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당시 경찰조사에 따르면, A 씨의 업무를 인수받은 후임자 B 씨는 축분장 민원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 A 씨가 인수인계를 적절히 하지 않았던 것이다.

A 씨는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민원을 받고 증축을 담당하는 업체에 전화를 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직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DB)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현장을 확인하지 않았고 관련 내용을 검토해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 씨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직무를 저버린 행위로서 건축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국가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어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A 씨가 지난 15년 동안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복무했다는 점을 감안해 자격정지 1년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그럼에도 A 씨는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은 1심에서의 유죄 판결을 무죄로 뒤집었다.

2심은 A 씨의 혐의가 직무유기죄에서 정하는 직무유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122조에 따르면 ‘직무를 유기한 때’란 공무원이 법령, 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 성실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공무원이 태만 또는 착각 등으로 인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한 탓으로 적절한 직무수행에 이르지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검사가 상소했다. 다만, 대법원은 무죄를 검사 상고를 기각하고 A 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무유기죄의 성립, 형사재판에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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