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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매수세 덕에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 가까이 오르며 2460.17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1% 넘게 오르며 820.38에 장을 마감했으며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92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등 중동 분쟁을 봉합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국내 기업의 3분기 호실적을 예상하는 전망이 나오는데다 중국의 부양책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반발 매수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 협정이 진행되면서 유가가 하락 안정화하기 시작한 것도 외국인 투심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정세 완화를 위한 주요국의 협상 노력과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 협정 진행에 따른 유가 하락 영향으로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다”며 “금리 상승 부담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 등 연준위원들의 비둘기파적 발언 영향으로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돌아온 외국인이 집중해 사들인 종목은 실적 대비 약세를 이어오던 대형 반도체 기업이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하면서 투자 불확실성이 완화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삼성전자(005930)에만 3255억원어치 외국인 순매수가 발생했다. 이 덕에 주가 역시 3.12% 오른 6만9400원에 장을 마감하며 다시 ‘7만전자’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외국인이 1462억원어치 순매수한 SK하이닉스(000660)는 단숨에 13만원대를 돌파하며 52주 신고가(13만800원)를 다시 썼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수급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관련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 흑자전환이 예상되며 반도체 재고 감소와 AI 반도체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중동 분쟁으로 불확실성 커진 상황에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수급 데이터 개선과 가격 인상 전망을 기반으로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확대가 유효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의 투자 기조가 ‘셀코리아’(Sell Korea)에서 ‘바이코리아’(Buy Korea)로 돌아섰다고 단언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지상 전면전이 임박한 가운데 이란 개입 가능성도 남아 있어서다. 유가 역시 안정화 단계는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 단기전으로 그칠 시 글로벌 증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지정학적 불안감이 지속될 시 국내 증시에 상대적으로 비우호적인 수급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의 불안한 정세가 가뜩이나 혼란한 증시에 우려와 안도감 등 양방향으로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어려운 시장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