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그제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에 막차로 합류했다. 새 정부 출범 195일 만의 조각으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늦었다. 문 대통령은 홍 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야당의 반대에는 경제정책 시행이 시급하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지만 야권은 ‘오기 정치’, ‘홍탐대실’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홍 장관 임명 강행이 연말 정국의 변수로 비화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홍 장관으로서도 중차대한 과제가 산적한 만큼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에는 아직 이르다. 국회의원 시절 격세상속·증여를 맹비난하더니 정작 본인은 초등학생 딸에게 격세 증여를 받게 하고 증여세는 아내가 빌려준 것으로 드러나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긴 장본인이 홍 장관이다. “부의 대물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며 특목고 폐지를 외치고도 딸은 국제중에 보낸 이중적 처신이나 중소기업인들의 학력을 비하한 학벌지상주의도 국민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 그에게는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불발시킨 ‘내로남불’ 행태가 장관직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겸손한 언행이 절실하다. 그런데도 취임사에서 “내가 어디를 가든 성과를 내지 않은 곳이 없다”며 지나친 자신감을 보인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국민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난 모르쇠’로 일관하는 장관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대기업은 무조건 악(惡)이고, 중소기업은 무조건 선(善)이라는 편협한 시각도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 저격수’로 통하는 홍 장관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더불어 발전하는 상생·협력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균형 잡힌 기업관을 밝힌 데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행여 경제장관회의에 “재벌들 혼내 주느라 늦었다”고 자랑스레 떠벌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처럼 ‘완장 찬’ 모습을 과시해선 곤란하다.
기술 탈취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대기업의 적폐를 근절하겠다는 홍 장관의 다짐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견실한 성장 없이는 경제 발전도, 삶의 질 향상도 불가능하다. 네이버의 뒤를 잇는 토종 벤처가 쏟아져 나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홍 장관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