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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국가인재원)은 1949년 설립돼 올해로 72주년을 맞았다. 1961년 중앙공무원교육원으로 확대 개편된 후 2016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국가인재원은 우리나라의 큰 영향을 끼치는 주요 정책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국가공무원 교육의 산실로 자리 잡고 있다. 교육부 차관을 지낸 박 원장은 2019년 10월 취임이후 기존 이론 위주의 교육을 실무중심으로 개편하고 공적가치를 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원장은 국가공무원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일 잘하는 공무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인재원에서의 교육은 이론 중심의 강의식 교육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같은 방식이 일 잘하는 공무원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교육 이후 현장에서 바로 일을 잘할 수 있게 하려면 실무 중심의 교육으로 공적 가치와 역량을 체화하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박 원장은 올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무원을 육성하기 위한 공직가치 교육 과정의 개편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지난해엔 정책설계 일선에 있는 공무원을 섭외해 교육생에게 생생한 교육을 전달하는 등 역량 향상에 집중했다”며 “올해엔 토론과 역할 연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육생에게 공직가치를 체화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공무원 교육과정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이유는?
△국가인재원이 그간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지만, 아쉽게도 정작 교육의 형태는 기존의 이론식, 강의식 교육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무원교육의 본질은 국민행복과 직결된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에 대한 교육이기에 교육 후 즉시 활용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공직자로서 올바른 공직 자세를 체화하고 부처 간 협업역량을 제대로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이 돼야 한다.
이러한 공무원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론식, 강의식 교육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특히 인터넷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 공무원들에게 기존의 교육은 더 이상 큰 호응을 얻기 어렵다. 토론, 실습 등 교육생 참여 교육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다.
-공무원 교육 개편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중인가.
△먼저 인재원의 핵심교육 과정인 사무관(행정고시 합격자) 대상 정책기획교육을 실무, 실습 중심의 교육으로 전면 개편했다. 신임공무원으로서 정책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각 부처의 실제 정책담당자로부터 생생한 정책과정과 함께,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하도록 했다. 이후 핵심쟁점들을 토론하며 정책보고서도 써보고 고위공무원 출신 지도교수로부터 일대일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교육생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으로 5급 승진관리자 과정의 경우, 중간리더로서 공통 역량을 이수하는 동시에, 소속부처별 특성에 따라 정책기획과정과 리더십 과정으로 이원화된 심화과정을 도입했다. 그 밖에도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개방형 직위 임용자들을 위해 별도의 온라인 교육과정을 신설했다.
-LH 사태 등으로 공직 윤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직윤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직자라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이자 자세다. 인재원은 기본교육과정에서 공직윤리에 대한 교과를 필수로 편성하고 있다. 거기다 올해에는 공직가치가 내재화될 수 있도록 기존의 이론식, 강의식에서 실습, 토론 등 교육생 참여 교육으로 개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적극행정-공직가치 월드컵’이라는 게임을 통해 교육생들이 직접 판정단이 돼 여러 가지 적극행정 사례들에 담긴 공직가치들을 토론, 평가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청렴성, 공익성, 투명성 등 공직가치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익히고, 공직가치가 어떻게 국민행복과 행정혁신에 기여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온·오프가 연계된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으로 진행한다. 우선 그간의 주입식 윤리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이론은 원내 교수가 제작한 이러닝으로 학습한다. 실제 수업에서는 게임과 토론, 역할연기 등 토론과 참여 중심으로 개선해 교육생들이 몰입도 높은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직가치를 체화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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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극복과정에서 신속 진단키트 개발, 드라이브 스루 등 ‘K방역’이 많은 역할을 했다. 이러한 이면에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새로운 것을 과감히 시도한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이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적극행정 문화가 공직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제 사례를 확산해 공무원들에게 적극행정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국가인재원에서도 기본교육과정은 인사혁신처의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선정된 사례를 바탕으로 실제 담당자들이 직접 교육에 나서고 있다. 또 온라인 교육과 함께 실제 현장사례를 기반으로 특별대담, 관람형 교육연극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흥미와 몰입도 높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에는 실제 적극행정 사례인 교육부와 농림부의 농산물꾸러미 공급 사업을 소재로 한 연극공연 방식의 온라인 특별 공개강좌를 개최해 좋은 평가를 얻기도 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공무원의 성비위 사건도 교육이 중요해 보인다.
△모든 직급의 기본교육과정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양성평등 실천과정’이라는 전문교육과정을 별도 운영해 공공부문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본교육과정에서는 먼저 양성평등 관련 제도를 살펴보고 실제 성희롱·성폭력사례 사례 등에 근거한 올바른 성인식을 확립하고 예방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직급별로 차별화된 성인지 감수성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한다. 일반 강의형 교과는 물론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을 둔 정책기획 실습 등 다양한 참여형 교과로 구성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공직자들의 성비위 예방을 위해 다양한 성인지 교육 및 양성평등 교육을 마련하고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박춘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1965년 출생 △진주여고 △서울대 사법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학석사 △교육부 대학정책관 △교육부 평생직업교육국 국장 △서울특별시교육청 부교육감 △교육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