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 불닭 옆 진열된 짝퉁 중국산 모방 제품
포장·조리법 판박이…면발·토핑 빈약한 수준
맵다기보다 짜고 밋밋해…품질 격차는 ''뚜렷''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 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왼쪽은 정품 삼양 불닭볶음면, 오른쪽은 중국산 모방 제품. 포장 디자인은 배경색, 불을 뿜는 닭 캐릭터, ‘매운맛’ 강조 서체 등에서 거의 유사하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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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 마트에서 삼양식품(003230) 불닭볶음면 옆에 나란히 진열된 라면 하나. 검은 포장, 불을 뿜는 닭 캐릭터, ‘매운맛’이라는 굵은 서체까지 정품과 판박이다. 겉면엔 ‘한식 불닭면’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얼핏 보면 중국판 정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른 브랜드다. 삼양의 대표 제품을 노골적으로 베낀 중국판 짝퉁이다. 포장부터 맛까지 어디까지 흉내 낸 것일까. 직접 먹어봤다.
제조사는 ‘란머머’다. 주로 타오바오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하는 중소 식품사다. 중국 내에서도 유명한 브랜드는 아니다. 제품 뒷면에는 ‘허난바이푸식품과기유한공사’가 제조사로 표기돼 있다. 란머머가 주문하고 이 업체가 생산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으로 추정된다. 가격은 정품이 7위안(약 1400원)인데 반해 이 제품은 2위안(약 400원)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조리법 역시 정품 불닭볶음면과 거의 같다. 면을 삶아 물을 따라내고 액상소스를 비벼 먹는 방식이다. 특이한 점은 컵라면식 조리법도 안내하고 있다.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6~8분간 우려낸 뒤 소스를 섞는 방식이다. 컵라면 소비에 더 익숙한 중국 소비자를 고려한 현지형 안내로 풀이된다.
 | 두 제품의 내부 구성 비교. 왼쪽이 정품, 오른쪽이 모방 제품이다. 면 형태와 스프 봉지 디자인까지 유사하지만, 정품 대비 양이나 구성은 단순하고 조악한 수준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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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구성도 정품을 연상시킨다. 사각형 유탕면에 붉은 액상소스, 김가루와 참깨가 든 볶음스프까지 조합이 거의 같다. 그러나 실제 내용물은 조악한 편이다. 김가루는 세 조각 남짓이고, 면발은 조리 중 쉽게 부서질 만큼 밀도가 낮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정품 불닭볶음면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맛의 차이는 한층 더 두드러진다. 불닭볶음면 특유의 ‘맵고 달큰한’ 중독성은 없고, 대신 짠맛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매운맛은 절반에도 못 미쳤고 전반적인 풍미는 밋밋했다. 중량(소스 면 포함)도 정품 140g보다 100g으로 적다. 가격을 감안해도 대체재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정품의 경쟁력이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면발의 식감부터 소스의 점도, 토핑의 양과 구성까지, 전반적인 완성도에서 확실한 격차가 느껴진다. 흉내는 낼 수 있어도 구현은 어려운 수준이다. 짝퉁 제품을 맛본 경험은 되레 정품 불닭볶음면의 브랜드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게 만든다.
 | 모방 제품의 건더기와 액상소스. 김가루는 세 조각 남짓, 참깨도 소량이며, 소스 점도는 정품 대비 묽고 광택이 부족하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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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불닭 유사 제품 상당수는 자사 브랜드보다 ‘한식’, ‘한국식’이라는 표현을 더 크게 강조한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식 매운맛’이 하나의 식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동시에 불닭볶음면이 매운맛 라면의 ‘장르 대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유사 제품의 확산은 정품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오히려 더 부각시키는 아이러니한 효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모방 제품이 단순 마케팅을 넘어, 정품 브랜드의 입지를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제품은 ‘한식’이라는 표기도 없이 제품명과 패키지 디자인을 정품과 유사하게 구성해 소비자 혼동을 유발하고 있다. 저작권 인식이 낮은 중국 유통 환경에서는 제도적 대응에도 한계성이 크다. 다만 이들 입장에선 브랜드의 무대응이 곧 침묵의 동의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의 지식재산권(IP) 침해 제품에 대해 상표권·저작권 위반을 근거로 경고장과 행정조치에 나섰다. 유사 사례는 라면을 넘어 떡볶이, 김밥, 김치 등 K푸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K푸드의 위상을 지키려면, 단순 대응을 넘어 정체성과 브랜드 자산을 보호할 산업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IP 보호는 이제 K푸드 생존의 필수가 된 셈이다.
 | 중국산 모방 제품을 조리한 모습. 양념은 불닭볶음면과 유사하지만, 면발은 밀도가 낮고 탄력도 떨어진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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