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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어드려?” 사라졌을까…광장시장 순대 논란, 직접 가보니[먹어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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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5.11.09 09:17:38

‘섞어줄까’ 멘트로 불거진 바가지 논란 그 이후
1만원 순대세트·3000원 떡볶이, 양과맛 직접 확인
머릿고기·내장 구성 괜찮았지만 호불호 뚜렷
“또 올 것인가”라는 질문에는…여전히 ''물음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순대세트에 포함된 머릿고기. 새우젓에 곁들이면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내장 특유의 향은 호불호가 갈렸다. (사진=한전진 기자)
“순대 하나, 떡볶이 하나 주세요.”

최근 ‘(순대에 고기) 섞어줄까’라는 멘트로 바가지 논란이 불거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지난 8일 직접 그 현장 A노점을 찾아가 실제로 주문을 넣어봤다. 과연 광장시장 순대는 먹을 만한지, 예전 상술성 멘트는 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뉴스로 떠들썩했던 그 공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롭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았다. 자리에 앉기까지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논란의 중심이 된 A노점은 외관상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어 보였다. 노점 안에는 순대와 머릿고기를 써는 칼, 찜통에서 피어나는 김, 손님들이 이어지는 것도 그대로였다. 물론 뉴스로 한차례 논란을 겪은 탓인지 직원은 “큰 순대는 8000원으로 간과 순대를, 세트는 1만원인데 머릿고기까지 포함된다”며 메뉴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문제의 ‘섞어줄까’식 멘트는 사라진 분위기였다. 다른 손님에게 “섞는 것도 있다”고 얘기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곧바로 “그럼 1만원”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잠깐의 기다림 끝에 떡볶이(3000원)와 순대모듬세트(1만원)가 나왔다. 떡볶이는 엄지손가락만 한 쌀떡 여섯 개가 담겨 있었고, 어묵이나 다른 부재료는 따로 들어 있지 않았다. 떡 하나당 약 500원꼴이다. 간이나 양념은 전형적인 분식점 수준으로, 맛 자체는 무난했지만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떡볶이(3000원)와 순대모둠세트(1만원). 구성의 모습 (사진=한전진 기자)
순대세트의 맛은 기대보다 괜찮았다. 제대로 찌지도 않고 준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열기는 충분했다. 순대는 선지보다는 찹쌀 비중이 높고 되직한 질감으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있다. 물론 고급 피순대는 아니고, 분식집 당면순대와 피순대의 중간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머릿고기는 새우젓에 곁들이면 부드럽게 넘어갔다. 다만 내장은 특유의 꼬릿한 향이 조금 올라오는 편이라 호불호가 크게 나뉠 듯했다.

물론 가격을 떠올리면 내국인 입장에서 비싸다는 인상이 있다. 순대는 8조각 정도, 간·허파는 5조각, 머릿고기는 4조각 정도가 나왔다. 떡볶이까지 포함하면 총 1만 3000원이다. 일반적인 분식치고는 제법 높은 편에 속하는 가격이다. 북적북적한 시장 분위기를 즐기면서 먹는다는 걸 감안하면 어느 정도 수긍은 가능하지만, 만약 가격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바가지’라는 반응이 충분히 나왔을 것 같다.

위생 상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포장마차 수준이다. 좁은 디귿(ㄷ)형 매장에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는 구조였고, 세척 공간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위생적이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깔끔하다는 인상도 받기 어렵다. 음식 재사용(?) 등은 없었기를 바라며 먹는 정도다.

주말 오후, 광장시장 내부는 내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발길은 여전히 이어졌다 (사진=한전진 기자)
역시나 결제 방식은 개선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오직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가능했고, 카드결제는 되지 않았다. 물론 이건 A노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광장시장 노점 전반의 특성이기도 하다. 주변 손님 중에도 계좌이체 앱을 켜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전통시장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외국인 관광객이 이제 절반가량인 시장에서 카드결제를 받지 않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다.

직접 경험한 결과 가격 안내는 이전보다 분명해진 인상이었다. A노점뿐 아니라, 다른 노점들도 몇 군데 더 둘러보니 상술성 멘트는 자취를 감춘 듯 했다. 다만 노점마다 같은 메뉴라도 양이 다르거나 계좌이체만을 고집하는 방식은 여전했다. 전통시장이라는 명분으론 감싸기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또 가겠냐는 질문엔 여전히 물음표다. 문제는 이런 인상을 받는 외국인 관광객도 점점 늘고 있을 것이란 점이다.

사실 광장시장의 바가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에도 유튜버들이 부실한 구성의 1만 5000원짜리 모둠전이나,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상술을 고발해 공분을 산 바 있다. 현재 서울시는 정량 표시제와 미스터리 쇼퍼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며, 종로구는 연내 노점 실명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더 이상 변화를 미룰 수 없는 지금이다.

광장시장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전 노점. 바삭한 전을 들고 서서 먹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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