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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사업진단]③5년마다 입찰 전쟁..'사업권 지키기' 급급

임현영 기자I 2015.07.17 06:00:00

5년 단위 경쟁입찰? 면세점 본래 취지 훼손 우려
이수광 교수 "10년으로 늘리거나 기존 기업에 가산점 줘야"
면세업, 단순 유통업 아닌 `관광 산업`의 뿌리로 이해해야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었다. 총 24개 기업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인 끝에 지난 10일 서울·제주 시내 면세점을 운영할 기업들이 확정됐다. 특히 서울 지역은 2곳의 사업권에 7개 대기업이 달려드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이른바 ‘치킨게임’에 비유할 만하다.

그러다 보니 입찰방식에서부터 면세 특허권까지 면세 산업에 대한 문제점도 곳곳에서 노출됐다. 우선 현재의 5년 단위 경쟁입찰 방식이 ‘관광 인프라 조성’이라는 시내 면세점의 설립 목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경영능력, 상생 노력 등이 포함된 모호한 심사기준도 문제 삼았다. 나아가 면세산업을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유통업이 아닌 색다른 쇼핑체험을 제공하는 관광산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5년 단위 면세점 입찰방식이 면세점 본래 취지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돈현 관세청 차장이 지난 10일 인천공항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서울·제주 시내면세점의 신규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사진=한대욱 기자)
◇ “5년마다 허가받으면 누가 장기 투자하나”..기간 늘려야

전문가들은 5년마다 사업권을 새로 따내야 하는 현재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관세청은 지난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기존 10년마다 자동 갱신되던 면세점 특허를 5년 단위 경쟁 입찰로 바꿨다. 하지만, 현재 입찰방식으로는 기업들이 시설투자, 서비스 개선 등은 뒤로 미룬 채 오로지 ‘사업권 지키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수광 경기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면세사업의 본래 목표인 관광 인프라 개선을 위해 5년은 사실 부족한 시간”이라면서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기업들은 5년간의 이윤추구에 우선순위를 둘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존 업체에 심사 가산점을 주거나 사업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 역시 “5년마다 신규 입찰한다면 면세업에 장기 투자를 진행할 기업은 없다. 공익을 생각한다면 기업이 멀리 내다보는 투자를 하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두루뭉술’한 심사기준 역시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관세청은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 운영인 경영능력 등을 심사기준으로 제시했으나 객관적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면세점 설립의 주목적인 관광 인프라 영역이 전체 평가 영역의 15%에 불과한 점도 논의가 필요하다.

◇ 면세점, 단순히 물건 파는 곳 아냐..관광산업의 일부

면세점 사업이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관광업의 일부로 면세점을 포함해 생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그동안 면세사업은 단순히 관세가 제외된 유통산업으로 이해돼 왔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물건을 사고파는 쇼핑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이색적인 쇼핑경험을 제공하는 관광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언론기고문을 통해 “면세점 추가 선정은 ‘관광산업 중흥’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특히 도시관광에 중요한 관광 생태계와 잘 맞는지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전하며 면세사업과 관광업의 연계를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쟁 입찰이 갖는 의의도 있다. 면세사업을 단순 유통업이 아닌 관광산업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저마다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약을 내세웠다. 이번 면세 사업권을 따낸 HDC신라면세점는 한류·관광·쇼핑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DF랜드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KBS와 연계해 한류 콘텐츠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점 등을 약속했다.

이훈 교수는 “이번 입찰이 대기업 오너들의 자존심 싸움처럼 비치긴 했지만, 면세점과 관광을 연결하는 노력을 분명히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계기로 면세사업이 한국 관광 생태계의 기간을 이루도록 정부와 기업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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