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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미 상원 금융위 증권소위원장을 맡을 당시 정책실장이었던 폴 공 루가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워싱턴 D.C.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한국의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공직을 잇따라 떠나 민간 기업으로 떠나는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폴 공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2002년 임금 관련 법(Pay Parity Act)을 도입한 뒤 SEC는 자체적으로 임금을 결정해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급여를 줬다”며 “오늘날 SEC가 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인력·조직·예산 지원도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SEC의 인력·조직이나 권한은 한국의 금융당국과 자주 비교 선상에 오른다. 국내 주가조작 범죄를 빠르게 적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국내 금융당국의 구조적 문제가 손꼽히기 때문이다.
먼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조사를 하는 인력 규모에서 격차가 크다. 금융감독원의 불공정거래 조사 인력은 70명(작년 말 기준)이다. 헤스터 피어스 미국 SEC 위원에 따르면 SEC의 불공정거래 조사인력은 약 1400명에 이른다. 인구·경제 규모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큰 격차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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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구성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으로 당국이 분리돼 있다. 조사 인력·특별사법경찰 등 관련 인력이 금융위·금감원에 뿔뿔이 흩어져 있고, 조사 권한·범위도 제각각이다. 앞서 지난 4월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당시에는 금융당국의 늑장대응, 엇박자 논란이 불거졌다. 이 같은 이원화된 구조 때문이다.
반면 1934년 증권거래법에 근거해 설립된 SEC는 증권법상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제재를 일괄적으로 관할하고 있다. 1972년부터는 기존에 각 부처에서 각기 맡았던 조사집행 권한을 SEC의 집행국(Division of Enforcement)으로 통합했다. 2017년부터 집행국에 블록체인 관련 위반 사항 등을 조사하는 사이버특수부도 신설됐다.
무엇보다 SEC는 막강한 권한에 따라 증권 관련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량에 따른 임의조사, 증인소환 등 강제조사를 할 수 있어서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는 계좌에 대한 동결, 증권범죄 일당의 휴대폰 통화 내역 조회도 가능하다. 이는 한국 금융당국에는 없는 권한이다.
피어스 위원은 “계좌 동결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며 “SEC 내에 증권 관련 사건만 전담하는 행정법원도 있는데, SEC가 소송에 나선다고 하면 조정·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연방법원으로 가서 배심원제 등을 거칠 경우 선고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증권 관련 사건에 빠른 선고를 원할 경우 SEC 내의 행정법원에서 처리하는 셈이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조사기획관을 맡았던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금융당국의 조사기능을 SEC처럼 하나로 통합하거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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