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유럽연합(EU) 순방에 맞춰 러시아가 동부 국경지대에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있고, 동부 여러 도시에서 러시아 편입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필립 브리드러브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 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매우, 매우 큰 규모로 군대를 집결하고 있고 이들은 언제든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방이라기보다는 적국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집결해있는 군대도 언제든 우크라이나 남서부의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진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역 위기를 확산시키고자 한다면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신속히 군대를 파병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에 인접해 있는 몰도바 동부 자치주로, 지난 1990년 몰도바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자치공화국으로 남아있다. 주민 대부분이 러시아계로, 최근 ‘제2의 크림사태’를 야기할 후보지로 주목받아왔다.
러시아는 열흘 전부터 85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 인근 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주요 서방세계 정상들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 문제를 논의한다는 점이 러시아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군대를 밀집시키고 있지 않다”고 부인하면서도 “병력과 관련한 모든 국제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앞서 미하일 부를라 트란스니스트리아 의회 의장은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 병합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06년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치러진 주민투표에서도 러시아로의 편입에 97.2%의 주민이 찬성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도시들에서 러시아 편입을 요구하는 시위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하리코프 시내에서 친러시아계 주민 4000여명이 집회를 열고 연방제 채택을 요구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 도시들이 연대해 연방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벌여나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