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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불감증 또 보여준 관광버스 참사

논설 위원I 2016.10.17 05:00:00
우리 사회의 무뎌진 안전의식에 경종을 울리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최근 중국 단체여행을 다녀오던 관광객들이 탄 버스가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기 때문이다. 이 관광버스는 갑자기 차선을 바꿔 중심을 잃고 고속도로 콘크리트 방호벽과 충돌해 화염이 휩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는 방호벽을 100m 가량 긁고 지난 뒤 멈췄다. 그러나 버스가 방호벽에 막혀 조수석 출입문을 열 수 없어 탑승객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찰 등 관계당국 조사 결과 운전자의 무리한 차로 변경 등 안전 부주의가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졸음운전과 타이어 펑크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경우든 차량 안전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난 13일 경부고속도로하행선 언양분기점에서 관광객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난 관광버스의 왼쪽 타이어가 파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사회가 그동안 숱한 참사를 겪었지만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은 안전불감증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버스는 수많은 사람이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으로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사고버스는 조수석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객이 거센 불길과 자욱한 연기 속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또한 화재 발생 때 탈출 도구인 비상용 망치가 없어 승객들이 주먹과 발로 버스 유리창을 쳤지만 역부족이었다. 버스에 탈출용 망치를 4개 이상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법규를 지키는 버스는 많지 않다. 또한 사고 운전사는 음주·무면허 등 9건의 도로교통법 위반과 3건의 교통사고 전력이 있다고 한다. 교통법규를 수시로 어기고 사고를 일으키는 운전자에게 많은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는 버스 운전대를 맡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참사는 차량 안전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버스·트럭 등 대형 차량 운전사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자격 요건을 둬야 한다. 또한 버스 사고가 발생하면 승객을 신속하게 대비시키는 비상구를 갖춰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처럼 비상구를 버스 출입구 반대편에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 하다.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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