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한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어제 사실상 마무리됐다. 여야는 지난 4일 국정감사에 착수하면서 한목소리로 ‘민생국감’과 ‘정책국감’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맹탕국감’과 ‘정쟁국감’으로 일관했다. 증인을 불러다 앉혀놓고 여야 의원들끼리 막말과 고성으로 시간을 보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식의 국정감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국감 무용론’이 또 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정쟁에 휘말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비속어 발언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조사,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발언,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등이 쟁점화하면서 갈수록 정쟁이 거칠어졌다. 민주당이 국정감사 참여를 19일 일시 중단한 데 이어 마지막날인 어제도 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항의로 대다수 상임위의 일정 보류, 정회 등 차질을 초래했다. 때문에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시급한 국정 현안 논의가 줄줄이 뒤로 밀려났다.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침체로 벼랑 끝에 몰린 민생 챙기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비생산적 국정감사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부담했다. 공무원들은 국정감사 시작 전부터 의원들의 요구 자료를 만드느라 야근을 밥 먹듯 했다. 증인으로 소환된 기업인 가운데는 말 한마디 기회도 얻지 못하고 앉아만 있다 귀가한 사람이 수두룩했다. 이번 국정감사의 피감기관은 780여 곳, 증인과 참고인은 170여 명에 이르렀다. 기간이 주말과 휴일을 빼면 2주에 불과한 데 비추어 지나치게 많았다. 각각의 피감기관, 증인, 참고인 모두 국정감사에 대비하느라 진땀을 흘렸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국정감사는 과거 한때 행정부의 전횡과 독주를 견제하는 유용한 제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행정부 권력에 대한 민심과 여론의 감시가 활발해지고 사회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국정감사의 의미도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견제 기능보다 정쟁의 무대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력 낭비도 적지 않다. 정치권은 정쟁 도구로 전락한 국정감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고 개혁 요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