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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 것인가’ 갈림길에서[최종수의 기후이야기]

최종수 기자I 2024.10.14 05:00:00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환경칼럼니스트] 2024년 6월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이 있었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마주한 이 토론에서 트럼프는 압승을 거뒀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바이든에 대해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가 허구라고 주장하며 파리기후협정은 그저 ‘돈 낭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다소 과격하게 들리는 트럼프의 생각은 미국 내에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 경제발전을 우선시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기후변화에 대한 그의 주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주장을 펴는 사람은 정치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트럼프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대학교수들도 다수 포함된다. 기후 온난화가 허구이거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는 그들은 주장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뉴스와는 정반대의 의견이다.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 중 하나로, 다양한 의견과 관점이 존재한다. 특히 이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이를 부정하거나 과장되었다고 주장하는 입장이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위험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경고한다. 폭염, 폭우, 기후 패턴의 변화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으며 이는 인간 사회와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된다고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가능한 빨리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반면 이를 부정하거나 심각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지구의 온도변화는 자연적인 현상일 뿐이며 과거에도 유사한 패턴이 존재했음을 강조한다. 화석연료 사용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경제적 이유를 들어 대규모 환경정책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사회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고 평가한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관련 정보는 크게 늘어났지만 정보의 질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중에게 알려진 기후변화 관련 정보들은 대부분 근거가 부족하고 수많은 가정이 포함된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 ‘이야기’가 이론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설에 대한 검증이 전제돼야 하지만 이를 위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과장하는 사람들은 폭염이나 폭우와 같은 현상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과학기술을 통한 해결책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뛰어난 전문가조차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는 경제 전문가가 주식 시장과 부동산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따라서 우리는 전문가의 다양한 주장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그들의 주장에 논리적 비약이 없는지, 판단 근거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 심각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우리가 이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과도한 공포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근거 없는 두려움은 사람들의 의지를 약화시켜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를 부정하는 이들은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증거를 인정해야 한다.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는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를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공포감 조성이나 외면을 넘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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