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연기금, 삼전·하이닉스 팔고 장바구니 담은 종목은

김응태 기자I 2024.05.27 05:00:00

5월 연기금 1조711억 순매도…순매도 1위 삼전
엔비디아 실적 모멘텀 소멸에 반도체주 덜어내
순매수 1위 HD현대마린, 2위 현대중공업
조선 호황 사이클 진입에 조선주 적극 담아
LG이노텍, 한화솔루션 등도 순매수 상위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국내 증시 큰 손인 연기금이 이달 들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거 매도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선보인 상황에서도 연기금이 ‘팔자’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이들이 차익 실현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만원을 돌파하는 등 수혜가 이어지자, 엔비디아를 통한 상승 모멘텀이 어느 정도 일단락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또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연기금의 ‘팔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반도체 대장주 대신 담고 있는 종목에 관심이 쏠린다. 연기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운 자리에 앞으로 업황이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 스마트폰 부품주 등을 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엔비디아 모멘텀 소멸…반도체株 덜어낸 연기금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5월2~24일)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1조 711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기금의 매도가 집중된 종목은 반도체주다. 연기금의 순매도 1위와 2위는 각각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로 집계됐다. 순매도 금액은 삼성전자가 4980억원, SK하이닉스가 861억원이다.

이미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연기금의 차익 실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후 연기금의 매도 폭이 커지며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들의 상승을 기대할 재료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매도 규모를 더 키웠다.

반도체 덜고 업황 개선주 담는다…조선·애플 부품주 ‘쏙’

연기금은 반도체주를 매도한 자리에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대거 매수해 채웠다. 연기금의 이달 순매수 1위는 선박 수리 및 사후관리 전문 업체인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으로 나타났다. 순매수 금액은 1725억원에 이른다. 순매수 2위도 조선주인 HD현대중공업(329180)으로, 총 625억원을 담았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이 조선주 매수에 주력하는 배경으로 조선업황 개선을 손꼽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 잔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신조선가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조선주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어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주잔고 증가 사이클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으며, 신조선가 상승을 감안하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는 질적으로도 개선되고 있다”며 “국내 조선사들은 약 3년 정도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기금의 순매수 3위 종목은 에이피알(278470)로 집계됐다. 연기금은 에이피알을 545억원 순매수했다. 에이피알은 미용기기와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해외 수출 증가 전망이 밝아 순매수 상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순매수 4위는 LG이노텍(011070)이다. 순매수 금액은 495억원 규모다. LG이노텍은 애플의 아이폰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로, 애플이 하반기 첫 인공지능(AI) 아이폰을 출시하면 수혜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며 연기금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 5위는 한화솔루션(009830)으로, 402억원 담았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업체로 미국의 대(對)중국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 역시 연기금의 투심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 태양광 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점도 한화솔루션에는 긍정적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이 먼저 나서서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실제 움직임이 포착되면 현재 공격적인 가격 경쟁과 과잉 재고로 고전하는 태양광 업황의 방향성이 의미 있게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