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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살고 싶다"…분신해 숨진 택시기사의 마지막 말[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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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나연 기자I 2025.12.11 00:00:10

2023년 故 방영환씨 분신 사망 사건
1인 시위 중 폭행·협박까지…노사 갈등
분신 열흘 만에 사망…대표 징역 1년6개월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3년 12월 11일 임금체불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방영환씨(55)를 폭행·협박한 혐의를 받던 운수회사 대표가 결국 구속됐다.

2023년 9월 26일 완전월급제 시행 등을 요구하며 분신을 시도하고 열흘 뒤에 숨진 택시기사 방영환씨 빈소. (사진=뉴시스)
방씨는 2008년 처음 택시 일을 시작했다. A운수에서 10년간 일하던 방씨는 택시업계의 악명 높은 사납금제와 사주들의 횡포에 문제의식이 많았고 2019년 노조를 설립했다. 이후 승무 변경, 배차 불이익 등 회사와의 갈등을 겪었다.

2020년에는 A운수가 당시 현행법상 불법인 사납금제를 피해 이름만 운송수입금으로 바꾼 변형된 사납금제를 강요하자 방씨는 이에 항의했다.

당시 방씨는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삭감이 포함된 변경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고됐으나,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부당해고 인정을 받아 회사에 복직했다.

그러나 복직 이후에도 회사는 하루 3.5시간 근무하는 근로시간 단축을 다시 강요했다. 또 근로계약서에는 기준운송수입금을 일정 횟수 이상 맞추지 못하면 징계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방씨는 이를 거부하고 주 40시간 이상 운행했고 월 100만 원 안팎의 급여만 지급받았다. 2023년 5월부터는 임금이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것은 2023년 봄이었다. 운수회사 대표 B씨는 임금체불을 규탄하고 완전월급제 시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던 방씨에게 폭행과 위협을 가했다.

같은 해 4월 10일에는 집회 중이던 방씨 등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으며 집회를 방해했고 8월에는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방씨에게 ‘죽이겠다’며 길이 1m의 쇠꼬챙이를 휘둘렀다.

이에 방씨는 2023년 9월 22일 B씨의 처벌을 원한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내고, 나흘 뒤인 같은 달 26일 회사 앞 도로에서 몸에 휘발성 물질을 끼얹고 분신했다. 전신 6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은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흘 뒤인 10월 6일 세상을 떠났다.

당시 공개된 유서에 따르면 고인은 “난 살고 싶다. 저들이 말하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아름답다. 깨끗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악마들을 이긴다”고 썼다.

이어 “아, 힘들다. 괴롭다. 저들의 횡포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구나. 내 한 몸 불태워 저들의 만행이 온 세상에 알려져 택시 노동자들의 억울함이 풀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방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공식 인정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판정서에서 방씨가 장기간 반복된 폭언·폭행·협박과 임금 미지급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분신이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복직 이후에도 부당계약 강요, 집회방해, 폭언 등이 지속된 점이 확인됐으며 장기간의 스트레스가 무력감과 절망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대표 B씨는 폭행·특수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용자의 임금 지급 의무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B씨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방씨가 생활고를 겪은 정황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후 B씨 측이 사실오인과 양형부당, 검찰 측이 양형부당으로 쌍방항소를 제기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이 사안을 중대 사안으로 보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을 자세히 설명해 판단했다. 원심 판단에 특별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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