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닷없는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에 세간이 놀랐다. 이후 박 전 시장이 그의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였다. 경찰은 성추행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살아남은 피해자에게 화살이 돌아간 것은 그때부터였다. ‘피해 호소인’이라는 괴랄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가 어떤 식으로 2차 가해를 받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된 것이다.
인권위원회는 지난 2021년 1월 직권 조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이 실제로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며 성희롱 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변하는 건 없었다. 박 전 시장의 유족은 인권위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 주장만 듣고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취소 소송을 걸었다.
2022년에는 1심 판결이, 지난 2월에는 2심 판결이 나왔다. 모두 박 전 시장의 행동이 성적 불편함을 준 것을 인정할 수 있고, 인권위 결정이 위법하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박 전 시장의 유족은 상고를 했고, 지난달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피해자의 ‘피해자 됨’을 인정하기까지 5년이 걸린 셈이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권력형 성폭력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최근엔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성폭력 폭로를 당하자 사망했다. 장 전 의원은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를 공격하다가,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기 시작하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는 또다시 ‘공소권 없음’ 종결됐다. 이에 피해자는 여성단체를 통해 지난 4월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밝혔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권력형 성폭행 피해자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 사건이 이대로 수사종결될 경우,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 낼 기회조차 사라질까 우려스럽다. 수사는 80% 진행이 됐고 가해자 또한 조사를 받았으니, 지금까지 이뤄진 수사를 바탕으로 성폭력 혐의에 대한 결과가 발표돼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가 사망하여 죄가 사라지는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