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혈과 체액 안 섞여" 16년만에 '무기징역' 단죄 [그해 오늘]

김혜선 기자I 2024.12.22 00:01:02

미제로 남았던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후 재수사, DNA 증거에도 ''오리발''
대법원서 무기징역 확정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017년 12월 22일. 17세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나주 드들강 살인사건’의 범인 김도룡 16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6년 미제 사건이었던 드들강 살인 사건에 대해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가 피해자의 생리혈과 체내에 남았던 범인의 DNA 관련 진범을 특정할 수 있었던 실험.(사진=tvN 알쓸범잡 캡처)
‘나주 드들강 살인사건’은 2001년 2월 전라남도 나주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피해 여고생은 2월 4일 오전 7시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고, 몸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이 발견됐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의 DNA를 확보했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약 10년 뒤인 2012년,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미 강도살인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도룡이었다. 그렇게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이 풀리는 줄 알았지만 김도룡은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그는 피해 여고생과 사귀던 사이였으며, 성관계를 했기 때문에 DNA가 남았을 뿐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도룡은 DNA가 나온 것만으로는 살해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시 혐의를 벗은 김도룡은 다른 범죄 사건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음에도 자격증 등을 취득하며 ‘모범수’로 출소할 기회를 노렸다.

2015년 3월 경찰은 드들강 살인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베테랑 형사들과 범죄학자 등으로 꾸려진 팀은 다시 한 번 피해자의 행적을 쫓았고, 새로운 정황들을 밝혀냈다. 피해 여고생이 살해 당하기 전 월경 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정빈 가천대 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혈액과 체액의 혼합 실험을 통해 ‘피해자가 성폭행 당한 직후 살해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내놨다.

당시 이 교수는 투명한 봉지에 혈액과 체액을 투여하고 30여분 동안 가만히 두고 지켜봤다. 그러자 혈액과 체액은 섞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고, 봉투를 움직엮을 때 금세 섞였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이 교수는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직후 살해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만약 피해자가 성폭행 이후 살아 움직였다면 혈액과 체액이 섞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경찰은 김도룡의 감방 동료가 “‘여고생과 성관계를 했는데 월경 중이었다. 여고생이 아프다고 했지만 제압했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증언까지 확보했다.

이 결정적 증거로 다시 재판정에 서게 된 김도룡은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심에서도 무기징역형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16년간 숨겨왔던 범행에 단죄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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