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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투자 '디테일' 더한 재계 총수들…트럼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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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5.07.31 17:59:27

삼성 이재용·현대차 정의선·한화 김동관
협상 타결 결정적 역할한 재계 총수들
선언적 구호 아닌 구체적 투자 전면에
반도체·조선·車 등 美 시장 선점 나설듯
'미국통' 류진 "韓, 美 중요 파트너" 설득

[이데일리 김정남 정병묵 기자] “재계 총수들의 구체적인 투자 제안들이 타결을 이끌었다.”

극적인 한미 상호관세 협상 타결은 전면에 선 정부 인사들의 끈질긴 협상 노력과 함께 미국 투자 ‘디테일’을 더한 재계 총수들의 측면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구호보다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훨씬 선호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 역할론’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풍산그룹 회장) 등은 협상 데드라인 즈음해 미국 워싱턴DC 일대를 누볐고, 정부 협상 카드에 디테일을 더했다.



워싱턴DC 물밑서 주목받는 김동관

가장 주목할 인사는 김동관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주요 그룹 총수로는 처음 미국 출국길에 올랐고,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카드를 구체화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마스가 제안을 했을 때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존 펠란 해군성 장관이 장관급 인사로는 처음 방한해 조선소를 찾았을 정도로 조선업 부흥 의지가 강하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이 마스가 프로젝트”라고 했다.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조선 관련 MRO(유지·보수·정비) 등을 포함한다. 그런 만큼 미국 내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오션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 대관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이미 트럼프 취임 초부터 워싱턴DC K스트리트의 대형 로펌, 전략 컨설팅사 등에서 주목 받았다”며 “조선업을 하고 있는 데다 미국식 사업 문화에 익숙하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전했다.

한화그룹 고위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 1500억달러 조선 협력 전용펀드 기반 사업에 적극 참여해 한국 조선업 발전에 총력을 쏟을 것”이라며 “미국 필리조선소 확장, 신규 조선소 건설, MRO 확대 등을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의 美 투자 확대 카드 먹혔다

이재용 회장의 반도체 카드 역시 큰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이 회장이 미국 출국길에 오르기 직전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23조원에 육박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맞아떨어진다. 일론 머크스는 계약 직후 “(계약 수치보나)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높을 것 같다”며 “그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이 회장은 우리 측 협상 카드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첨단 인공지능(AI) 칩 기술 협력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고위인사는 “삼성전자가 미국 빅테크들이 설계한 AI 칩의 위탁 제조를 수주해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하면 미국 정부와 삼성이 ‘윈윈’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입장에서 지정학 리스크가 큰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에만 의존하는 것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정의선 회장도 관세 파고가 현실화한 연초부터 발 빠르게 뛴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을 준공하면서 미국에 향후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의 신규 투자를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현대차는 정말로 위대한 회사”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워싱턴DC로 날아가 측면 지원을 했다.

미국통 류진 “韓, 美의 중요 파트너”

‘미국통’ 류진 회장 역시 지난주부터 워싱턴DC에서 상원 의원들을 만나면서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회장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정계와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통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류 회장은 그동안 미국에서 꾸준히 아웃리치 활동을 이어 왔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경제계는 이번 타결을 두고 환영의 입장을 냈다. 경제6단체는 이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주요국과 같거나 더 좋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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