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 콘센트 쓰세요"…에어컨 연결 12분 후 스파크 '타닥'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부산에서 어린이 4명이 숨진 아파트 화재 2건의 원인이 멀티탭 과부하에 따른 발화로 추정되는 가운데 소방당국에서 멀티탭 관련 화재 위험성과 안전한 사용 방법을 알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소방재난본부 훈련탑 앞에서 진행된 ‘멀티탭 발화 위험 요인’ 실험. (사진=뉴시스)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는 멀티탭 발화 위험 요인을 알리기 위한 실험이 준비됐다. 이날 실험은 고전력 기기를 정격전류 미만 콘센트에 꽂았을 때의 경우를 가정해 진행됐다.

정격전류란 전기기기나 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최대 허용 전류를 의미한다. 이는 설계 시 안전성과 성능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실험 첫 단계에서는 10A의 멀티탭의 전선을 꼬아둔 상태에서 소비전력 2800W짜리 에어컨을 연결했다.

이 경우 12.7A의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실험 시작 19분 만에 멀티탭의 배선 온도가 70도까지 상승했다.

이어 같은 정격전류의 멀티탭을 꼬아두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전력이 2,800W인 에어컨 2대를 연결해 첫 실험의 두 배에 가까운 최대 26A 전류가 흐르게 했다.

그러자 21분 뒤 멀티탭 배선 온도가 100도까지 올랐고, 이어 멀티탭 배선을 꼬아 같은 조건으로 다시 실험하자 7~12분 만에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불이 붙었다.

반면 같은 조건의 실험에서 멀티탭과 달리 벽면 콘센트는 안정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정격전류가 16A인 벽면 콘센트에 최대 25A 전류를 흐르게 했는데도 실험 시작 12분 뒤 온도는 최초 32도에서 41도로 온도 변화가 적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고용량 기기를 사용할 때는 벽면 콘센트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부득이하게 멀티탭을 사용해야 할 때에는 정격전류에 맞는 고용량 멀티탭을 사용할 것을 권장드린다”고 했다.

또 “가정에서는 멀티탭 전선의 꼬임과 압착, 변색 등을 수시로 점검해 안전하게 사용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자매 참변 아파트 화재현장. (사진=연합뉴스)

앞서 부산에서 지난 2일 기장군과, 지난달 24일 부산진구 아파트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어린 자매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2건의 화재 모두 발화원으로 멀티탭이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