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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러시아워의 혼잡한 상황 속에서 분위기는 곧 바뀌었다. 역 개찰구 주변 통로가 지지자들로 붐비자 시민들의 불만 섞인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한 중년 여성은 김 후보 옆을 지나가며 “아이, 출근하는데 진짜”라고 소리쳤고, 지지자들이 “대통령 김문수 파이팅”을 연이어 외치자 한 시민은 “파이팅 같은 소리 하네”라고 읊조리며 지나가기도 했다. 지난 12~14일 영남 지역 유세 현장에서 환호를 받으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출근길 인사 현장에서는 당원과 지지층 내부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그 화살은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향했다. 김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 행보를 이어가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 지지자들은 “내부총질 그만하라”,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며 비난을 쏟아냈고, 김 위원장은 “제가 다 안고 가겠다”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는 인사가 끝날 때까지 “김용태는 나가라”고 항의했다.
이러한 냉랭한 기류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57%로 직전 조사 대비 5%포인트(p) 상승했다. 중도층으로 응답 대상을 한정하면 정권 교체 필요 응답은 57%로, 전주보다 6%p 올랐다.
정당 지지율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42%로, 국민의힘(28%)보다 14%p 높아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직전 조사에서는 민주당 38%, 국민의힘 3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으나, 이번엔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특히 중도층에선 민주당이 44%, 국민의힘은 18%를 기록하며 격차를 벌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NBS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김 후보는 당분간 중도층 민심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남은 일정에서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이날 취임한 김 위원장의 정치개혁 메시지를 김 후보가 수용하는 ‘쇄신 연대’ 구도로 중도 확장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김 후보의 전략이 당내 지지층만으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중도 확장을 위한 메시지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 시각에선 아직 친윤(親윤석열)이 주류라는 인식이 있다”며 “김용태 비대위원장 혼자의 노력만으론 어렵고, 당 주류 세력이 바뀌지 않는 한 중도층을 위한 메시지 전환은 힘들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