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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은행은 ‘7월 통화정책방향 금융·경제 이슈’ 보고서에서 “관세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미국 자산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미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은 ‘미국 외의 자산’으로 재편되고 있다. 올해 4~5월 중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은 채권자금이 유출된 반면 유럽으로는 주식, 중국으로는 채권자금 유입이 확대됐다.
투자자산 다각화 움직임으로 금과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증가했다. 또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기술 부문 투자가 지속되고, 유럽에서는 독일 등 주요국들이 국방비 지출 확대를 추진하면서 방위산업 부문에 대한 자금 유입이 크게 증가했다.
미 국채시장에서 단기물 위주로 민간 투자자의 비중도 커졌다. 2020년말 36.7%에서 올해 4월 53.9%로 17.2%포인트 늘었다. 장기물 비중이 축소되면서 외국인의 장기채 보유비중은 3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같은 자산들이 단기간 내 달러를 대체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는 AAA급 국채의 부족, 위안화는 자본통제와 낮은 시장 개방도, 금은 보관과 유통의 어려움, 암호화폐는 가치 변동성 문제 등이 있다.
한은은 “유동성, 수용성, 안정성 측면에서 아직은 달러를 대체할 통화는 없다는 견해가 다수”라며 “글로벌 투자자금의 투자처가 다변화되고는 있으나, 앞으로도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줄어든 서학개미…美채권·국내증시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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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산 가치가 흔들리자 국내 투자 흐름도 변했다. 한은은 “올해 2분기 들어 개인, 기관(국민연금 제외) 등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미국을 중심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5월 중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자금이 202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국내 유입으로 전환됐고, 기관도 2월 중 정점을 찍은 이후 둔화됐다.
그간 미국 주식 투자에 집중했던 이들은 해외채권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5월 해외채권투자 금액은 65억달러로 월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비중도 88%로 전년(42%)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저가매수세, 주식 대비 채권 투자 수익률 상승 등이 원인이었다.
미국 주식 투자가 줄어든 대신 국내 증시로도 자금이 흘러들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1300원대로 하락했다. 또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실제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3200선을 돌파했다. 이밖에 유럽 등으로도 주식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기에 미국 채권이나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선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은은 “미국 주식시장의 규모·위상 등을 고려할 때 여타 지역이 이를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투자자금 이동이 장기간 대규모로 계속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