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2건을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민주당 주도로 이번에 회부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현행 대법관 정원을 14명에서 30명으로 확대하는 안(김용민 의원)과 정원을 100명으로 확대하는 안(장경태 의원) 등 2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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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제도 개선을 위해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이 논의가 본격적으로 공론장에 들어선 건 2015년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상고심 개혁의 일환으로 상고법원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다. 2013년 기준 대법관 1명당 상고심 사건을 3000건 이상 처리하는 등 재판 지연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꾸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상고법원의 대안으로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당시 변협이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회원의 절반 이상(51%)이 ‘대법관 증원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변협은 대법관 증원 규모는 38명 정도가 적당하다는 구체적인 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은 ‘대법관이 늘어나면 전원합의체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이후 상고법원을 추진하던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8년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휘말리며 상고심 개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사태를 폭로해 국회까지 입성한 이탄희 전 민주당 의원이 2020년 대법관 수를 단계적으로 48명까지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2023년에는 대법원이 사실상 처음으로 대법관 증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상고심 적체로 개혁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일자 법원행정처 내 ‘상고제도개선 실무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인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대법원은 2023년 1월 상고심사제를 전제로 4명의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법의견을 냈다. 상고심사제도란 상고심의 실질적 심리가 필요한 사건을 선별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상고심사제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등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당시 대법관 증원 논의는 결실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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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고심 개혁의 일환으로 대법관 증원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법조계 전반은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상고심 적체현상이 심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법원을 나서고 보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법관 증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민사 소송의 경우에는 길면 수년을 상고심에서 머무르는 경우도 있는데 패소한 사람 입장이라면 지연 이자만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사건이 대법원에 몰리고 있어서 처리가 힘들다면 대법관을 증원해 사건을 나누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찬반을 떠나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한 이상 대법관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온 국민이 대법관이 제대로 기록을 보지도 않고 상고심을 진행한다는 걸 본 것 아닌가”라며 “법관 출신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태로 대법관 증원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 주도 법안 중 대법관을 100명으로 증원하는 안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대법원은 민주당 주도 증원 움직임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국회에 출석해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형해화되고 마비돼 법령 해석·통일 기능이 마비되고 전원합의체를 통한 충실한 심리, 그로 인한 권리구제 기능 역시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는 목소리 중에서 전원합의체 기능 약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 다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만일 대법관이 30명으로 늘어난다면 전원합의체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심이 든다”며 “또 대법관 증원이 이 후보 판결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상고심 개혁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게 과연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