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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일터 끝내야”…물류업계 폭염 대응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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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5.07.09 16:41:33

6월 시행 법령 따라 냉방·휴식 기준 강화
쿠팡·CJ·한진 등 설비 투자·작업 체계 정비
“복지 아닌 생존 전략” 인식…대응 고도화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물류업계가 혹서기 대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쿠팡, CJ대한통운(000120), 한진(002320),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기업들은 냉방 설비 확충과 휴식시간 재정비 등 기존보다 강화한 조치를 잇따라 도입 중이다. 온열질환 사고와 노동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맞물리며 폭염 대응은 단순 복지를 넘어 물류 산업 운영의 핵심 기준이 됐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청주 서브허브에 차폐식 대형 냉방 구역이 설치돼 있다. (사진=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혹서기 대응 강화는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대응적 성격이다. 개정안은 체감온도 31℃ 이상에서 장시간 이뤄지는 작업을 ‘폭염작업’으로 정의하고, 냉방 장비 설치와 온도계 비치, 응급조치 매뉴얼 마련, 예방 교육 등을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33℃ 이상일 경우 2시간마다 최소 2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는 조항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는 혹서기 대응 강화를 위해 6~9월을 특별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물류 계열사별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CFS(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전국 센터에 시스템에어컨과 실링팬을 보강하고, 냉매 조끼·쿨링 타월·얼음물 등을 지급한다. 특히 서브허브에 밀폐형 냉방 구역을 구축하고 냉방 효율을 높였다. CLS 관계자는 “동선별 냉기를 분산하는 파이프식 냉방 장치도 도입해 체감 온도를 낮추고 있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은 작업장과 휴게 공간에 제빙기와 냉방 장비를 배치하고, 옥외 근로자에게는 쿨토시와 보냉백을 지급하고 있다. 스프링쿨러와 쿨링포그를 설치해 실내외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자가 문진을 통해 건강 상태에 따라 근무 배치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예방 수칙 안내 방송과 정기 휴식을 유도하는 등 혹서기 대응을 체계화하고 있다.

한진도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챙기며 혹서기 대응 수위를 강화 중이다. 조현민 사장과 노삼석 대표는 최근 대전 메가허브터미널을 찾아 냉방 설비를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들었다. 약 100억원을 투입해 도입한 집중 냉방 시스템은 공기 흐름을 균일하게 분산해 체감 온도와 체력 소모를 실질적으로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8일 CJ대한통운 용인센터를 방문해 작업환경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뉴스1)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전 사업장에 ‘2시간당 20분 휴식’ 기준을 공통 적용하고,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매일 공지하고 있다. 생수와 냉방물품 지급 외에도, 현장 교육과 휴게공간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단순 지침 배포를 넘어 현장 체감도와 실행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 대응은 더 이상 계절적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이젠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운영 변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과거에도 존재했던 개별 대응 조치들이 이제는 법적 의무이자 기업 신뢰의 기준으로 제도화되고 있다. 중소 업체에서도 단순 냉방기 설치나 생수 지급을 넘어 근무 동선, 교육 체계, 비상 매뉴얼까지 아우르는 통합 대응 시스템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추세다.

물류업계의 폭염 대응은 정치권에서도 주시하는 사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일터에서 사람이 죽는 사회는 끝내야 한다”고 밝혀왔다.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폭염 등에 따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8일 CJ대한통운 용인센터를 찾아 온열환경을 점검하고, 서울에선 주요 물류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어 대응 실태를 논의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폭염 대응은 단순한 복지나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인력 유지와 운영 안정성에 직결된 사안”이라며 “현장 근로자가 탈진하거나 이탈하면 물류 흐름 전체가 지연되고, 소비자 신뢰와 납품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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