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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22분. 조목조목 결정문을 읽어나가던 문 권한대행은 주문을 선고하기 전 긴장한 듯 입술을 떨었다. 곧이어 문 대행이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하자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 방청객석에선 짧게 박수 소리가 났다. 한날한시 같은 공간에 있던 윤 전 대통령 측은 침울했고 국회 측은 반색했다.
22분 동안의 낭독이 끝나고 재판관들이 퇴장했는데, 문 권한대행은 옆에 있던 김 재판관의 등을 툭툭 치고 어깨를 두드렸다. 등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고생했다는 의미인지, 자신의 퇴직 후 헌재 소장을 맡게 될 책임자에 대한 격려인지는 알 수 없다.
이날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결정문에는 국회와 대통령이 서로를 존중하지 않은 데 대한 질책도 담겼다. 문 대행은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고 말할 때 국회 측을,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였어야 한다”고 말할 때 피청구인 측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간 헌법재판관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한 여론 갈등에 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 신변의 위협이 높아 보안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122일간 진행된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탄핵 소추 의결부터 인용 결정까지 최대 기간이 걸리며 기록을 새로 썼다. 박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 결정적으로 윤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 직접 출석해 증인 신문을 하거나 최후 변론을 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은 헌재에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