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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한은 인허가권 목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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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I 2025.07.10 17:39:07

한은 총재 통화정책방향 기자회견서 입장 밝혀
무분별한 민간 화폐 생성·통화정책 효과 저하 우려
비은행 기관, 은행과 동일 규제 적용 가능성도 의문
"한강 프로젝트, 정책 불확실성에 ‘일시 정지’ 상태"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권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이는 금융 시스템 안정과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한은이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스테이블코인 은행권 중심으로 가야”

이창용 총재는 10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비(非)은행 기관에 허락해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수의 비은행 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면 여러 민간 화폐가 생기는 셈이 되고, 이 경우 가치가 다른 여러 화폐가 유통될 위험이 생긴다”며 “그런 나라에선 통화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어렵고 금융 시스템에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자고 하면 한은이 인허가권을 받으려고 하는 걸로 보는데, 그런 쪽은 전혀 아니다”라며 “국민 전체를 위한 차원이고, 국가 전체에 미칠 영향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지만 은행권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 좋은지, 비은행권까지 다 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신중히 보면서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여당과 업계에서 요구하는대로 비은행 기관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가할 경우 은행과 같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짚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법정 통화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강도 높은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비은행 기관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락하고, 나아가 스테이블코인 예금 등이 생기게 될 경우 동일 업무,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은행에 상응하는 매우 강력한 규제를 이들 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스테이블코인이 국민 경제 전체에 끼칠 영향을 하나씩 테스트해보면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강 프로젝트, 무산된 게 아니라 일시 정지 상태”

한은 내부의 ‘한강 프로젝트’ 중단과 관련된 오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한은은 시중 은행들과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과 비슷한 디지털 화폐(CBDC)를 실험하는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지난달 말 1차 테스트가 끝난 후 추가 실험을 보류한 상태다. 이를 두고 ‘한강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시 정지된 상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며 “파일럿 1~3단계를 진행하고 상용화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파일럿 1단계가 끝나는 시점에 비은행에 대한 발행 논의가 퍼지면서 참가한 은행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합의도 되지 않고 법적 권한, 감독권도 없는 기관(한은)이 하겠다고 따라오라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정치권 등에서 방향이 잡히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달러 등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이다. 스테이블코인 법안이나 정책 등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과 핀테크, 게임사 등에선 상표권 출원과 같은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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