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의 업계 관계자 전언을 종합하면 클라우드 기업 중 NHN클라우드, 가비아가 이미 불참을 결정했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아직 고심 중이나 참여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사 중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검토 중단’으로 기류를 전환했고, KT는 의사결정이 지연되다가 최근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SK텔레콤은 접수 마감일 하루 전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민간 기업들이 SPC 참여에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수익성’ 때문이다. SPC는 정부가 51% 지분을 갖고, 민간이 49%를 갖는 구조다. 정부는 저리로 정책금융 대출을 지원하고 공공의 GPU 수요를 센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은 SPC가 민간 참여사에 불리한 구조로 설계돼 있어 수익 확보 방안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PC 구조가 민간 기업에 너무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며 “정부는 지분 51%를 갖고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도, 사업 운영과 수익 구조는 민간이 책임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사업인 만큼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에 GPU를 저렴하게 공급하라고 할 텐데 민간 참여사는 기본적으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업계에선 자선사업 하라는 거냐는 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1EF 규모의 GPU 수요가 국내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가동 중인 AI 데이터센터들도 가동률이 저조한데 국가 AI 데이터센터에 H200 같이 최신 GPU를 갖춰 놓은다고 해도 이 비용을 감당하면서 쓸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정부 지원금을 받은 산학연 일부가 사용할 텐데 나머지 수요는 민간 참여사가 알아서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SPC 공모지침서가 공개된 이후에 과기정통부에도 이러한 우려를 담은 사업자 문의가 다수 접수됐다. 기업들은 특히 민간참여자에 공공지분 매수 의무를 부여하는 매수청구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추후 SPC 청산 시 SPC 공공투자 지분은 이자까지 얹어 민간이 챙겨줘야하는 구조라 모든 손해를 민간이 떠안을 수 있어서다.
이번 사업 공모에 삼성SDS만 참여해 단독 입찰이 될 경우, 유찰로 처리하고 재공고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로는 유찰 가능성도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차라리 유찰돼 사업이 재공고되면 그때를 노려보겠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