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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시진핑과 전화…실용외교 행보 속 미중 균형 과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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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I 2025.06.10 15:40:00

美日정상 이어 시진핑 中 주석과 30분간 전화통화
양국 교류 및 협력 강화…APEC 방한 초청도
美, 대중 견제 확대 속 시진핑은 '산업공급망·자유무역' 언급
실용외교 표방하지만…미중 갈등 속 관리는 과제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 미국(20분)이나 일본(25분)보다 긴 30분을 할애하며 이 대통령은 한중 양국의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에 대해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와 달리 대중 관계가 해빙기류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날이 갈수록 중국 견제를 노골화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잡는 게 이 대통령의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중, 화기애애한 30분…시진핑 방한 요청도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30분가량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 당선 축하인사를 전하면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축하에 사의를 표하면서 경제, 안보, 문화, 물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첫 전화통화인 만큼 한한령(限韓令·중국의 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화 교류 강화를 언급한 만큼 양국의 후속 논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번 전화에서 이 대통령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하기도 했다. 만일 시 주석이 한국에 방문하면 2014년 7월 이후 무려 11년 만의 일이 된다.

통화 후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우리에게 중국은 경제, 안보 등 모든 면에서 중요한 파트너”라며 “금년과 내년 APEC 의장국인 양국이 APEC을 계기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양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 정부와 달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가까워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취임선서에서 ‘실용외교’와 국익을 강조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변국은 가치외교를 폈던 윤석열 정부가 비교적 등한시했던 중국과 러시아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한미 동맹도 중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나라하고 원수질 일은 없지 않나”라며 “국익 중심으로 중러(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면서 물건도 팔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커지는 미중 갈등…中도 ‘산업공급망’ 언급

다만 문제는 미국이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의 안보 역량을 동원해 이를 막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남중국해 분쟁을 거론하며 “중국의 위협은 실재하고 임박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견제는 이 대통령 취임에 대한 축하 인사에도 드러났다. 미국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로 당선 축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익명의 백악관 당국자 명의로 낸 논평을 통해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를 우려했다. 동맹국인 한국의 대통령 당선 메시지에 중국을 언급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지난 6일 20분간의 전화통화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와 관련한 말을 남기지 않았고 미국 정부 역시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만 둘의 통화 사실을 짧게 전했을 뿐이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했고 둘은 조만간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이 대통령에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에 대한 ‘거리 두기’를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 역시 한국에 뼈있는 말을 남겼다. 이날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한국과 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고 강조했으며, ‘산업공급망’을 언급하며 “다변주의와 자유무역을 지키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견제를 의식해 중국의 입장을 전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면서,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 한국의 입장은 여느 때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C)는 ‘한국의 새 대통령:프라이팬에서 불 속으로’라는 글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이 중국과 경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안보 협력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한국 신정부의 대중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지점이기도 하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우리에게 우호적인 한반도 주변 세력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과 새로운 소통 관계를 정립하면서 일각의 ‘친중론’을 적절히 차단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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