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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위치한 얼티엠셀즈 2공장에서 LFP 배터리 생산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올해 말부터 라인 전환 작업에 착수하고, 오는 2027년부터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GM과 얼티엄셀즈에서 차량용 LFP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최종 절차가 완료되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결정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가 확대되고 있는 게 영향을 미쳤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006400)·SK온)는 지금까지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해 왔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길고, 차의 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 기업들에 기회로 다가왔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일찌감치 LFP 배터리를 양산하면서 기술력을 높여 왔기 때문이다. 제조 비용이 낮으면서도 LFP 배터리를 통해 충분한 주행거리와 성능을 보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값싼 LFP 배터리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점유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7.9%로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CATL과 비야디(BYD)의 합산 점유율은 50%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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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계는 더이상 NCM 배터리로는 중국에 맞서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최근 생산라인을 LFP 배터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먼저 늘어나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에 힘입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으며, 지난달부터는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 SK온은 최근 배터리 소재사 엘앤에프와 북미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내 ESS용 LFP 배터리 생산 채비에 돌입했다. 삼성SDI는 울산 마더라인에 ESS용 LFP 배터리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LFP 현지 생산 능력과 기술력을 통해 중국 기업들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에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에서 LFP 양산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올해 연말에는 유럽에서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의 전기차에 탑재할 LFP 배터리도 생산한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미국 내 LFP 배터리 생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GM과의 미국 인디애나 합작공장에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포드와 미국에서 짓고 있는 합작공장에서 LFP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고 현지 투자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현지 생산 능력 강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과 고율 관세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내 안정적인 공급망 체계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LFP 생산능력 강화가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