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이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상법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직을 걸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그럼에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달 1일 국무회의를 열어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 원장은 다음날인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주주 가치 보호나 자본시장 선진화는 (윤석열)대통령께서 직접 추진한 중요 정책이고 대통령이 있었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리라고 확신하다”고 말했다. 정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그러면서 “(김병환)금융위원장께 전화해 제 입장(사의)를 말씀드렸다”고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의 표명을 했다는 것까지 밝혔다.
이 원장의 사퇴는 F4 회의 참석 경제 수장들의 만류로 보류된 상태다. 이 원장은 “제가 (김병환) 금융위원장께 (사의를) 말씀드리니까, (최상목)부총리님과 (이창용)한국은행 총재께서 전화를 주셔서 ‘지금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려운데 네가 경거망동하면 안된다’고 말리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도 공직자고 뱉어놓은 게 있는데’라고 얘기하니 일단 좀 보자고들 하시더라. 저도 임명권자가 대통령인 이상 어떤 입장 표명을 하더라도 사실 할 수만 있으면 대통령께 말씀드리는 게 제일 현명한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파면 선고 직후 즉각 직위가 박탈되며 이 원장이 사의를 표할 임명권자도 사라졌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사퇴 의지가 확고하더라도 2달여 간 남은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최상목 부총리의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당장 탄핵안을 처리하지 않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으나 이를 두고 최 부총리를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이 원장까지 직을 그만둘 경우, 경제수장 두 명이나 자리를 비우며 국정 공백이 불가피해진다. 금융당국으로선 대통령의 공백과 조기 대선이라는 혼란을 극복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 원장의 지휘 아래 금감원이 추진 중인 과제도 산적해 있다. 금감원은 당장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홈플러스 사태에 대응하고 있으며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 △은행권 내부통제 강화 △보험업계 건전성 관리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이 원장이 사퇴 또는 퇴임하는 경우 금감원은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과 금감원 정관에 따라 원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원장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돼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3년 임기를 마친 후 2021년 5월 퇴임했으나 후임 원장이 즉시 임명되지 않아 김근익 수석부원장이 상당 기간 직무 대행을 맡아 금감원을 운영한 바 있다.
이 원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민간에서 더 넓은 시야로 활동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정계가 아닌 민간에서의 활동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