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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뉴에이션 펀드는 GP가 기존에 보유하던 펀드 자산을 새로운 펀드로 이관해 운용기간을 연장하는 구조다.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도 추가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고, 기존 유한책임출자자(LP)에게는 엑시트(자금 회수) 혹은 롤오버(재투자)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된 현 상황에서는 현실적인 유동성 확보 수단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최근 유럽에서 결성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 사모펀드운용사 인플렉션이 지난 5월 조성한 4조 3000억 원 규모의 펀드가 꼽힌다. 이는 유럽 사상 최대 규모로, 인플렉션은 이 자금을 기존 포트폴리오 네 곳에 재투자하고 추가 M&A로 외형을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네덜란드의 메인캐피털파트너스도 최근 8200억원 규모의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하면서 시장 트렌드에 발을 맞췄다.
흥미로운 점은 거래 구조 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저품질 자산의 엑시트 전략으로 여겨지면서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우량 자산을 다루는 만큼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GP 주도 거래의 87%는 순자산가치(NAV)의 90% 이상 수준에서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시장 플레이어들이 저품질 자산보다는 우량 자산을 적정 가격에 인수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거래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기반의 사모펀드운용사 아르디앙은 최근 의료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한 단일 자산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했다. 펀드에 대한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해당 딜이 우량 자산 기반의 구조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피치북은 “GP가 다양한 유동성 옵션을 활용해 자산을 정리하는 것은 LP의 이익을 고려한 전략”이라며 “M&A가 다소 얼어붙은 현재 GP들에게는 자산의 품질이 우수하지 않더라도 상황에 맞는 엑시트 전략을 설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하는 GP들이 속속 생겨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