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서도 1조달러(약 1380조 7000억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국부펀드가 탄생했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가 상반기까지 이어졌음에도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 자산에 집중해 성과를 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국부펀드들이 비석유 부문 투자와 개발에 나서며 경제성장을 이루자 국부펀드 곳간도 늘어가는 모양새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 관심이 중동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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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A 지역에서 가장 큰 AUM을 굴리는 국부펀드에 UAE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제치고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등극했다. PIF는 올해 상반기 기준 1조 1520억달러(약 1590조 5664억원)를 운용해 전체 국부펀드 중 4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9250억달러(약 1277조 1475억원) 대비 24.5% 증가한 수치다. PIF는 포트폴리오의 3분의 1가량을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자산으로 구성했다.
업계는 PIF가 고금리 여파와 여러 초대형 프로젝트로 투자 비용이 급증해 지난달 순이익이 60% 급감했음에도 AUM을 쌓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우디는 오는 2027년 e스포츠 월드컵을 시작으로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4년 FIFA 월드컵을 개최한다. 이를 위해 수도 리야드 도심에서 떨어진 사막지대 키디야에 5억달러(약 6904억원)를 들여 게임·e스포츠 지구를 조성하고 있다.
수도 리야드에는 PIF 산하의 14㎢ 규모의 복합 용도 도시 개발 프로젝트 ‘뉴 무라바(New Murabba)’가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랜드마크는 높이 400m의 정육면체 구조물인 더 무카브(The Mukaab)다.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 건축 구조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뉴 무라바 관계자들은 한국을 방문해 네이버클라우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측은 향후 3년간 로봇 공학, 자율주행 차량, 스마트시티 플랫폼, 건설 진행 상황 모니터링을 위한 디지털 솔루션 등 스마트 기술·자동화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어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도 MOU를 맺었다. 희림건축은 이번 MOU를 바탕으로 뉴 무라바 개발 마스터플랜을 보완하고, 건축 디자인 요소를 제시할 예정이다.
원래 MENA 지역에서 정상을 차지했던 ADIA는 2위로 밀려났다. 글로벌 순위로는 5위다. ADIA의 AUM은 1조 1100억달러(약 1532조 5770억원)로 지난해 말 1조 1090억달러(약 1531조 1963억원)에서 근소하게 증가했다. 글로벌 SWF는 “ADIA가 글로벌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분야 세계 최대 투자자 중 하나”라며 포트폴리오의 32%를 대체투자 자산에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웨이트 투자청(KIA)은 AUM이 1조 20억달러(약 1383조 4614억원)에 달해 그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국부펀드 사이에서 중동의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라 국내 관계자들은 MENA 지역에 관심을 놓지 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특히 사우디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각종 대회가 예정된 만큼 문화·스포츠 인프라 구축 수요가 상당하므로 관련 업계에서 프로젝트 수주, 자금조달 등이 용이할 것”이라며 “게다가 PIF가 2030년까지 2조달러(약 2760조 6000억원) 자산을 관리할 거로 예측되고 있는데 인프라, 디지털 전환(DX),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 전략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를 주목할 만 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