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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바나나’가 자란다…역대급 폭염이 부른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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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기자I 2025.07.17 14:59:41

서울 노원 아파트 옆 농원서 자라는 바나나풀
이파리 아래로 바나나 40여개 주렁주렁 열려
초여름 폭염 기승에 열대작물 생육 환경 조성
2090년엔 사과 대신 바나나·망고 재배 전망도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서울 노원구에서 바나나 열매가 열렸다.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서울에서 열매를 맺은 것은 7월 초부터 이어진 역대급 폭염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의 한 농원에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지난 15일 오전에 찾은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의 한 아파트 옆 농원. 서울 한복판 노지에 2m 높이의 바나나 풀이 우뚝 서 있다. 단단한 나무처럼 보이는 줄기 아래에는 초록색 바나나 총 40여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일부는 아직 자라는 중이라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작은 크기였지만, 손보다 긴 길이로 자란 바나나도 있다.

비영리단체인 녹색어울림이 길러 낸 이 바나나는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40개쯤 열렸다. 2년생인 바나나는 심은 이듬해 열매를 맺는데, 재작년에 심은 바나나 풀에서 지난해 열매가 열린 것이다. 이은수(62) 녹색어울림 대표는 “작년에 딴 것도 맛을 보니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바나나였다”며 “대신 크기가 조금 작았다”고 했다.

이 단체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2014년부터 서울 노지에 바나나를 심기 시작했다. 매년 실패해오다 2021년 한 차례 바나나가 조금 난 이후 지난해와 올 7월 초 연이어 열매가 열렸다고 한다. 이 대표는 “설마 열릴까 싶었는데 어느 날 이파리가 축 처져서 보니 바나나가 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큰 것 2개와 작은 것 2개를 심었는데 그중 하나는 4~5월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냉해를 입고 죽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열대과일은 아열대 기후에서 잘 자라는데 추운 봄에 기온이 10도 밑으로 내려가면 바로 냉해를 입는다”고 했다.

대표적 열대 작물인 바나나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이유는 매년 길어지는 폭염 탓으로 풀이된다. 여름철 날씨가 아열대성을 띄게 되면서 해당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에게 적합한 환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농원엔 바나나뿐 아니라 대표적 동남아 수입 과일인 패션프루트와 차요태 등도 자라고 있다.

올해는 초여름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일부 지역이 40도를 웃돌기도 했던 이달 상순(1~10일)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8년만에 심한 폭염을 기록했다. 다만 바나나가 판매할 수 있을 만큼 다량 생산되는 것은 아니고, 이 단체도 추운 겨울에는 가정집에 바나나를 옮겨 기르다가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노지로 옮겨 기르고 있다.

기후 변화로 100년 안에 한반도에서도 바나나 재배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농촌진흥청이 2022년 발간한 작물별 재배지 변화 예측 지도에 따르면 2090년대에는 바나나나·망고 등의 아열대성 과일이나 식물이 한반도에서 자랄 것으로 예측됐다. 대신 흔히 재배되는 사과·배·포도 등 온대과수는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의 한 농원에 손가락 두 마디 쯤 자란 바나나가 꽃잎 사이로 매달려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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