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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급등이 지역 불균형·가계부채 확대 부채질
한국은행은 25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2025년 6월)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폭 확대, 비은행금융기관 중심의 연체율 상승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수도권, 특히 서울 일부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이 다시 확대된 점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높은 금리와 거시건정성 규제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들어 금리인하 기조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등 정책 변화 영향으로 주택거래가 늘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늘었고 가계부채의 급격한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 간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2023년 1월 대비 올해 4월 서울 집값은 16.1% 상승했는데 비수도권은 1.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9.6% 올랐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7%로 연율로 환산하면 30% 수준”이라며 “이는 굉장히 빠른 속도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고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올해 1분기 0.90으로 상승해, 2022년 2분기(1.01)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21년 1분기 1.76을 기록하며 정점을 기록한 이후 완화되다 지난해 말부터 빠른 속도로 재상승하고 있다. 최근 가파른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감안하면 2분기에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 수준이 3.2% 이하일 때는 금리 하락이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에 미치는 영향이 2배 이상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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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부실 심각…배드뱅크 도움되겠지만 근본 처방은 아냐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누적된 경영난과 지난해 말 비상계엄 이후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영업 부문 부실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기간 지속된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 등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88%로 2012년 이후 장기평균(1.39%)을 웃돌았으며, 2015년 1분기(2.05%) 이후 최고치였다. 특히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렸으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24%에 달했다. 2013년 2분기 말(13.54%) 이후 약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비취약 자영업자 연체율(0.46%)과는 26배가 넘는 격차를 보이며 자영업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권별로도 리스크 편중이 심했다. 비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3.92%에 달해 은행권(0.53%)의 8배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들이 비은행권에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제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 대출 연체율은 수치는 비교적 낮지만, 이 역시 2013년 2분기 말(0.60%)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였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서비스업 경기 부진 등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회복이 더딘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홤된 민생회복지원금과 자영업자 채무탕감, 소위 ‘배드뱅크’가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채 탕감이 단기 처방에 그치거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도저히 갚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탕감을 해줘야겠지만 기준을 엄격해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빚을 갚은 사람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자영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원을 광범위하게 해주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까지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미시적인 한 두번의 대책이 아니라 정부가 자영업 구조조정이라는 조금 더 큰 그림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위험요소로 꼽혔다. 가계 및 기업 대출 모두에서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졌으며,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 비중도 늘었다. 이는 경기둔화와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신용 리스크가 확대된 결과로 해석된다. 일반은행의 수익성(ROA)은 전년동기대비 개선됐으나, 비은행은 상호금융과 증권회사 등 대부분 업권에서 수익성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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