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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반복적인 모수 개혁은 특정 세대에게 구조적 부담을 전가하는 불공정한 사회계약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기준 고갈 시점인 2070년 초반 이후 부과방식으로 전환 시 보험료율은 2078년 35.0%로 추산됐고, 2070년대에는 건강보험료율도 22.7%로 증가할 거로 예상돼 미래세대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사회보험료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비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청년층의 수용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보험료율이 3%에 불과했으나 소득대체율이 70%에 이르러 수익비가 평균 3~4배에 달하는 저부담·고급여 구조였는데, 2020년대 이후에는 1~1.5배 수준으로 떨어졌고 세대가 젊어질 수록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기금 고갈 이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1도 되지 않을 거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현행 확정급여형(DB) 제도에서 비롯됐다는 게 연구진의 생각이다. DB 방식에서 급여 산정은 개인의 평균소득과 가입 기간에 따라 결정되는데, 개인이 납부한 보험료 총액과 실제 수급하는 연급액 사이 직접적이고 투명한 연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기여액 대비 수급액의 불균형이 세대별로 상이하게 나타나는 데다가, 청년세대는 상대적으로 높은 기여에도 불구하고 미래 급여 수령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담 증가를 안고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에 국민연금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여와 급여 간 정합성을 높인 ‘명목확정기여형’(NDC)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가입자별로 가상계좌를 개설해 납부한 보험료를 개별 관리하고 계좌의 납부액을 임금상승률, 경제성장률 등 명목수익률에 연동해 누적하는 식이다. 급여액은 퇴직 시점의 계정 잔액을 기대수명으로 나눠 산정한다.
이채정 부연구위원은 “개인의 기여가 자신의 기여 이력과 명확하게 연동되므로 제도 운영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수용성도 향상된다“며 “기여가 급여로 전환되는 구조는 조기은퇴를 억제하고 장기 가입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익률을 거시지표에 연동하고 급여에 기대수명을 반영하는 건 연금수지를 장기적으로 균형 있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장치”라며 “각 세대가 본인의 기여에 상응하는 급여를 수급하므로 특정 세대가 과도하게 혜택을 보거나 부담을 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동조정장치를 법제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경제·사회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시 사전 설계된 공식을 통해 급여율과 보험료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급여인상률을 물가 연동에서 실질임금이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연동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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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구조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계적 이행 전략과 공론화 기반 의사결정, 초당적 협의체 운영 등 정치·사회적 거버넌스가 병행돼야 한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제도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구축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