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플렉스 시장의 ‘빅딜’로 꼽히는 롯데시네마(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메가박스중앙) 합병도 유사한 구조다. 두 회사는 합병법인 출범과 함께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위해 UBS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FI 및 SI(전략적 투자자) 대상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그러나 극장산업 회복 지연, 수익성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딜에 나서는 FI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합병안에 대한 사전 협의에 들어갔고, 연내 속도감 있는 승인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투자 유치는 별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OTT 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넷플릭스와의 경쟁 심화로 독자 생존이 어려워진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 수순에 돌입했고, 또 다른 국내 OTT인 왓챠는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를 견디다 결국 전환사채(CB) 투자자에 의해 회생절차에 진입했다. 특히 2021년 유치한 490억원 규모의 CB에 참여한 FI들은 손실 위기에 처했다. OTT 기반 유니콘으로 기대를 모았던 스타트업의 구조조정 현실화는 콘텐츠 전반의 투자 구조에 경고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인 에스엘엘중앙(SLL중앙)도 내년 3월이면 2021년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 등으로부터 유치한 4000억원 규모 투자금 만기를 맞는다. 최근 SLL은 일부 지분 매각을 위해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인수자나 추가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밸류에이션을 맞춰줄 수 있는 곳이 없어 해외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업계에서 지배적이다.
이처럼 주요 콘텐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FI들은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돈줄’을 조이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콘텐츠 시장의 고성장 기조와 밸류에이션 낙관론이 이제는 현실화된 수익 모델 부족, 구조적 투자 한계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콘텐츠 딜은 숫자만 보면 풍년이지만, 실제 자금을 댈 곳은 공공자금이나 계열 전략투자자밖에 없다”며 “FI 입장에선 회수 시나리오가 보이지 않는 이상 새로운 콘텐츠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