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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기상 상황 속에 실내 활동이 늘고 냉방기기 가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화재를 막기 위한 안전 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날(9일) 오후에는 광주의 한 상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4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불은 인명 피해 없이 진화됐지만 건물 전체에 연기가 퍼져 상가 직원들과 방문객들이 긴급히 대피했다. 화재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실외기 과열로 인한 합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기 과부하로 인한 화재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부산 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기 과부하로 불이 나 어린이 2명이 숨졌고 이달 2일에도 부산 기장군의 아파트에서 유사한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해 아동 2명이 사망했다.
이같은 사고는 모두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에 발생했으며 무더위가 계속될수록 유사한 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소방청에 따르면 여름철 에어컨 관련 화재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연도별로는 △2020년 221건 △2021년 255건 △2022년 273건 △2023년 293건이었고 2024년에는 387건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날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최근 5년간 화재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름철에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5년간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는 총 7036건이었고 이중 26.2%(1843건)이 7~8월에 집중됐다.
소방 당국은 에어컨과 실외기 주변에 가연성 물질을 두지 말고 정기 점검·청소를 통해 과열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냉방기기를 사용할 때는 전기 과부하를 막기 위해 멀티탭 사용을 자제하고 손상된 콘센트나 멀티탭은 즉시 교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에어컨을 사용하기 전이나 종료 후, 특히 가을철에 실외기를 청소하면 화재 예방에 효과적이고, 실외기에 직사광선이 닿지 않도록 덮개를 씌우는 것도 전기 효율과 수명을 높이는 데 도움되고 화재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컨은 전력 소비가 크기 때문에 과열 위험이 높다”며 “벽면 콘센트에 단독으로 연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멀티탭 사용 자체를 전면 금지할 필요는 없지만 에어컨·전열기구처럼 고용량 기기는 문어발식으로 연결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