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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각종 온라인 공간을 살펴보면 지난 18일부터 전날까지 웨스트의 공연 취소 또는 크리스티아누의 ‘노쇼’에서 촉발되는 경제 활성화 흐름도가 올라와 있다.
웨스트의 경우 “칸예가 내한하며 호텔을 예약”, “호텔에서 침대를 10만원에 주고 구입”, “가구(점)에서 치킨을 10만원 주문”, “치킨집이 문방구에서 물품 10만원 구입”, “(문방구가) 호텔에서 빌린 돈 10만원 갚음”, “칸예 내한공연 취소”라는 등 내용이 1~6번으로 나와 있다. 게시물 왼쪽 아래에는 “결과적으로 마을에 들어온 칸예는 없다. 그러나 돈이 한 바퀴 돌면서 마을 상권에도 활기가 돈다. 이것이 바로 칸예가 가져다주는 경제 활성화”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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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패러디 게시물은 이 후보가 2017년 2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미지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호텔 예약금은 인근 소상공인에게 돌기에 투숙객이 예약을 취소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은 없어지더라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게시물의 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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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웨스트와 크리스티아누를 소재로 한 패러디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이 후보가 대선 유세 과정에서 호텔경제론을 다시 언급한 것과 관련돼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초등학교 앞에서 유세하던 중 “경제가 엄청 복잡하고 특별한 사람만 안다고들 생각하지만 경제란 돈이 도는 것”이라며 ‘호텔경제론’을 풀어서 설명한 바 있다.
이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지난 18일 진행된 대통령 선거 경제 분야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의 ‘호텔 경제론’을 지적하며 그 비현실성이 다시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말한 ‘호텔 경제학’은 소비가 무한 순환되는 구조를 그려낸 것인데 한계 소비 성향이 1로 계속 순환되면 이는 비현실적인 무한 동작 아닌가”라고 했고 이재명 후보는 “케인스 이론의 승수 효과 개념을 알기 쉽게 전달하려 한 것이며 해당 그림은 내가 직접 그린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이재명 후보는 “돈은 한 번 쓰이느냐, 두 번 쓰이느냐에 따라 경제 효과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순환”이라며 “그건 극단적인 예시일 뿐이며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한 설명이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이준석 후보는 “그렇게 단순화한 설명이 반복되고 오류를 지적받고도 다시 언급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재차 말했다.
“호텔경제론 문제 있어”·“승수이론은 파산신화”
이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호텔경제론은 조금 문제가 있다”며 “사실 그 자체로는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이 부분에 있어서 이재명 후보가 (전날 토론에서) 명확하게 설명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이재명 후보가) 철회했지만 기본소득이 나왔을 때 이 논리가 나왔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이재명 후보가 ‘약간 극단적 예다’ 이렇게 하면서 피해 갔는데 명확하게 설명은 되지 않았다”며 “다만 이준석 후보도 뭔가 경제학 용어를 동원하면서 설명하려고는 했는데 보통 유권자들이 봤을 때 ‘쟤가 하는 얘기도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 (싶을 것이다.) 설명도 잘 안 됐고 공격도 그렇게 날카롭지 않았기 때문에 토론회상으로는 일단 비겼다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도 이 후보의 ‘호텔경제론’을 두고 “많은 오해를 부르는 현대인들의 경제적 사고에 스며든 오류의 하나”라며 “일종의 마술이고 잘못된 경제관의 본보기”라고 비판했다.
정 전 주필은 21일 자신의 SNS에 “골목길의 가게들이 승수효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주장”이라며 “마술은 다시 호텔에 이르지도 못한 채, 다시 말해 호텔 업주에게 빚만 남긴 채 금방 사라져 버린다. 골목이 계속 돌아가려면 돈이 계속 들어와야 되는데 그 결과는 부동산 폭등 등 인플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케인스의 승수이론도 이미 70년대 거대한 인플레와 함께 파산한 신화”라며 “대불황은 2차 대전이 나고서야 치유되었다. 그 대가는 거대한 인구의 죽음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21일 SNS에 “경제학자들은 복잡한 것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설명을 단순화시킨 예시를 이용해 원리를 설명한다”며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과 그 예시를 두고 지금 어떤 경제학자도 이를 ‘땅구멍 경제학’이나 ‘폐광 경제학’이라고 호도하지 않는다. 돈이 잘 돌게 해서, 새로 ‘돈풀기’를 하지 않고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어떤 상황을 단순화해서 소개한 ‘호텔 예시’를 ‘호텔경제학’이나 ‘돈풀기식 괴짜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