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I/O 2025’에서 ‘제미나이(Gemini)’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전환 전략을 전면 공개하며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현재 구글은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89.66%(2025년 4월 기준, Statcounter)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생성형 AI 시장에서는 점유율 13.4%(2025년 5월, 미국 First Page Sage 기준)로 챗GPT(59.9%)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14.3%)에 크게 밀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구글은 검색, 앱, 운영체제(OS), 하드웨어 전반을 ‘제미나이’ 중심으로 재편하고 AI 주도권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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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제미나이 2.5 프로(Gemini 2.5 Pro)’는 기존 모델보다 비약적으로 향상된 성능을 갖춘 초지능형 AI다. 한 번에 최대 1500페이지 분량에 해당하는 100만 토큰 이상의 초장기 문맥을 이해하고, 텍스트·코딩·영상 등 멀티모달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특히 고급 추론 전용 모드 ‘딥 씽크(Deep Think)’가 탑재돼 미국수학올림피아드(USAMO) 수준의 수학 문제 해결과 복잡한 코딩 및 논리적 사고 능력을 입증했다.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딥 씽크는 단순 응답 생성기를 넘어, 가설을 평가하고 사고 과정을 거쳐 답을 도출하는 인간 유사 사고 구조를 갖췄다”며 “지금까지 본 모델 중 가장 인상적인 성능”이라고 극찬했다.
구글은 딥 씽크 기능을 우선 신뢰 그룹 대상 API 형태로 제공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AI 모드’로 검색을 넘는 ‘지능형 사용자 경험’ 제시
구글은 이날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AI 모드(AI Mode)’도 함께 공개했다. 기존 키워드 중심의 단순 검색이 아닌, 사용자의 문맥·질문 의도·과거 이력 등을 분석해 탐색·분석·실행까지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검색 경험을 구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이번 주말 뉴욕에서 할만한 공연 찾아줘”라고 입력하면 AI가 수백 개의 티켓 정보를 분석해 예매 가능 좌석과 시간표를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 자동 결제까지 연동해 준다. 전자기기를 카메라로 비추면 실시간 문제 해결법을 제안하고, 사용자 질문을 기반으로 전문가 수준의 보고서를 자동 생성해주는 ‘딥 서치(Deep Search)’ 기능도 함께 제공된다.
이 외에도 가상 피팅 기반 쇼핑 지원, 데이터 차트 자동 생성, 스포츠·금융 등 수치 기반 질문에 대한 그래프 시각화까지 AI 모드는 검색 경험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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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영역에서도 구글은 ‘스마트안경’과 ‘XR 헤드셋’을 통해 AI의 실시간·몰입형 경험을 강조했다.
구글은 삼성전자, 젠틀몬스터, 워비파커와 협력해 올해 연말 안드로이드 XR 기반 스마트안경을 출시할 계획이다. 해당 안경은 카메라·마이크·스피커를 탑재해 스마트폰 없이도 문자 전송, 전화 수신, 길 안내, 사진 촬영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핵심 기능인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는 사용자의 시각·청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맥락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다국어 실시간 통역 기능도 지원해 글로벌 활용성도 높인다.
구글은 이날 행사에서 실제 길찾기, 메시지 전송, 실시간 번역 기능을 시연하며 몰입형 AI 경험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삼성전자와는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을 공동 개발 중이며, 해당 기기와 연계된 앱 생태계도 오는 하반기부터 본격 확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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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초고성능 AI 모델 ‘제미나이 울트라(Gemini Ultra)’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구글 AI 울트라’도 미국 시장에 먼저 출시했다. 월 구독료는 249.99달러(한화 약 35만 원)로, 기업 및 전문가 대상 고성능 AI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적 행보다.
이 요금제는 이미지 생성 AI ‘이마젠4(Imagen 4)’, 영상 생성 모델 ‘비오3(Veo 3)’, AI 기반 영화 제작 도구 ‘플로(Flow)’ 등 실험적 기능을 우선 제공하며, 향후 글로벌 출시가 예정돼 있다.
‘제미나이 울트라’는 GPT-4와 클로드3를 겨냥한 모델로, 고차원 추론, 초장기 문맥 처리, 멀티모달 이해에서 최상위 성능을 제공하며, 과학·법률·엔지니어링·교육 등 고난도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
이번 I/O 2025는 구글이 단순한 ‘검색 기업’에서 벗어나, AI 중심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한 무대였다. 검색, 앱, 디바이스, OS, 개발 플랫폼 전반을 아우르는 ‘제미나이’ 중심 생태계 전환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와의 차세대 경쟁 구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기조연설에서 “AI는 더 이상 기술의 실험이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행동하는 동반자”라며 “정보에서 지능으로, 그리고 현실 속 파트너로 진화하는 AI의 새로운 기준을 구글이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