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은 전날 각기 휴머노이드를 테마로 한 ETF를 상장했다. 앞서 지난달 11일에는 4개 운용사가 양자컴퓨팅 테마의 ETF를 동시 상장하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ETF 시장에서 운용사마다 매달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며 경쟁하고 있지만 유망 테마는 제한적인 상황에 ETF 상장심사 절차가 더해지며 동일 테마의 상품이 같은 날 상장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ETF 리서치기관인 ETF GI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상장 ETF 수가 전세계 상장 ETF의 8%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39개가 새로 상장돼 국내 상장 ETF는 965개까지 늘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당 시기에 이슈가 되는 테마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비슷하다 보니 운용사마다 비슷한 상품을 준비하는 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있고, 거래소의 상장 절차를 거치며 같은 날 상장이 이뤄지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ETF가 상장되기까지는 거래소의 상장 수요 조사 이후 예비심사와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상장신청까지 두달 안팎이 소요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매달 말 운용사에 상장 예비심사 수요조사를 하고 운용사는 그 시점에 투자자 수요가 있을만한 상품을 제출하게 되는데 테마형 상품의 경우 동시에 접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특정 이슈가 있거나 상품 구조가 복잡하면 협의나 심사 기간이 더 벌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동일한 시기에 접수된 상품들이 동시 상장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동일 테마 ETF가 같은 날 상장될 경우 상대적으로 대형사의 인지도에 밀리는 중소사의 상품은 주목을 받기 어렵단 우려도 나온다. 앞서 삼성운용이 지난 2월 ‘Fun ETF’를 통해 개인투자자 1만여명을 대상으로 ETF 선택 기준을 조사한 결과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수익률(63%)’에 이어 ‘ETF운용사(13%)’가 주요 기준으로 꼽혔다.
신규 상장 상품의 경우 수익률을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운용사가 주요 선택 기준이 되는 셈이다. 전날 동시 상장된 휴머노이드 테마 ETF의 첫날 개인 순매수 규모를 보면 삼성운용의 ‘KODEX 미국휴머노이드로봇’이 22억 1939만원으로 가장 컸고, 한화운용의 ‘PLUS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7억 5108만원),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4억 7222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입장에선 동일 테마의 상품이라도 운용사별 투자 전략이 다른 만큼 자산구성내역(PDF)을 통해 주요 투자 종목과 비중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KODEX 미국휴머노이드로봇의 경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은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밸류체인 기업 전반에, PLUS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는 한국과 미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과 함께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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