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시정연설은 앞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해 예산안 편성 내용과 정부 정책 기조를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위한 자리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제는 타이밍’이라고 강조하며,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의 신속한 집행을 위한 국회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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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대통령은 추경안 시정연설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와 함께 사전 환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정치하는 이유는 개인,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국가와 우리 국민들의 더나은 미래를 위해 공적인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의견이 많이 충돌할 수 있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여러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만큼 지명 철회를 요청한다”고 말했지만, 이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지도부 접견 이후 이 대통령은 곧장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장했다. 이 대통령은 박찬대 전 원내대표와 첫 악수를 한 이후 도열한 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면서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다.
이 대통령이 연설하는 도중에 총 12번의 박수가 본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고 이 대통령을 무심히 쳐다보거나 고개를 떨구고 연설문이나 휴대폰을 보며 침묵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을 의식한 듯 연설 도중에 첫 박수가 나오자 “감사하다.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쑥스럽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또 추경안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야당 의원들도 예산 삭감에 주력하겠지만, 추가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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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친윤계 대표 주자이자 반(反)이재명 공세에 앞장섰던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는 악수하면서 이야기를 듣다가 권 의원의 어깨를 가볍게 치는 모습도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권 의원은 이 대통령이 퇴장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이 안 된다고 두 번 얘기하니 ‘알았다’고 하면서, 어깨를 툭 치고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과 모두 인사한 이후 마지막으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갈 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또다시 배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차기 당대표 선거에 나서는 정청래·박찬대 의원 같이 맞잡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과 사진을 찍고, ‘이재명’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와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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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여러 좋은 말씀을 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된다면 결국은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우려가 있다”며 “극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의 목소리를 경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이날 시정연설 이후 민주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서 이번 추경은 꼭 필요한 조치”라며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회복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해 당정대가 단합이 돼 확실하게 민생을 회복시키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