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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3년 설립된 스페이스NK는 영국 기반의 프리미엄 뷰티 리테일러로, 현재 영국과 아일랜드에 약 8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포라처럼 대중적인 브랜드를 폭넓게 다루기보다는 니치 향수와 럭셔리 스킨케어, 메이크업 등 희소성이 있는 고급 브랜드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입지를 다졌다. 매장 운영 역시 대형 쇼핑몰을 택하는 대신 동네 상권과 프리미엄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부티크형 매장’을 확대하면서 차별화하기도 했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른 편이다. 스페이스NK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억 9500만파운드(약 3617억원)로, 2021년 대비 16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에는 옥스퍼드 스트리트와 버밍엄 등 주요 도심 상권에 10개의 신규 매장을 추가로 열면서 매장 수를 늘렸다.
이번 인수는 울타뷰티가 지난 1월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한 직후 추진해온 글로벌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울타뷰티는 멕시코와 중동에 이어 세 번째 핵심 해외 진출 거점으로 영국을 낙점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뷰티 시장은 최근 2년간 프리미엄 카테고리 소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 리테일러들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세포라는 2022년 재진입 이후 런던과 맨체스터, 버밍엄 등 주요 상권에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렸고, H뷰티와 플래넬스 뷰티도 영국에 대형 매장을 꾸리면서 시장 점유율 경쟁에 나섰다. 규모와 네트워크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전장으로 거듭난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울타뷰티가 택한 전략은 로컬 강자 인수다. 매장을 새로 열며 초기 투자비를 무작정 감당하기보다는 현지에서 입지를 다진 로컬 강자를 품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초기 임대와 인테리어 비용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기반으로 시장에 자연스러우면서도 빠르게 안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영국 뷰티 시장에서 세포라 독주 구도를 흔들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글로벌 리테일 컨설팅사 뷰티인사이트는 “울타 뷰티는 북미에서 검증된 로열티 프로그램과 옴니채널 전략을 스페이스NK 네트워크와 결합해 프리미엄-대중성을 아우르는 새로운 유통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영국을 거점으로 한 유럽 확장 전략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울타 뷰티는 성명을 통해 “국제적 확장은 울타뷰티 장기 성장 비전의 핵심”이라며 “이번 스페이스NK 인수로 영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울타뷰티의 독점 브랜드 협업과 로열티 프로그램 접목으로 소비자 경험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