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불안 속에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철도 지하화 사업’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지상에 있던 철도를 지하로 이전하고 그로 인해 확보된 지상 공간을 도시 개발에 활용하는 내용이다.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까지 만들어졌다.
땅덩어리가 워낙 작은 나라라 위로 높게 쌓지 않으면 아래로 뚫어서 최대한 공간 활용을 높이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지하철뿐 아니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같이 도시를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개발하는 사업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하 개발을 많이 할수록 지반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지향점은 아니다. 안전 대책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정확하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들이 반복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과거보다 지반이 약해지고 있음이 전국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왜 굳이 지상에 있던 철도를 지하로 이전하는 사업을 해야 할까에 의문이 커진다. GTX처럼 연결되지 않았던 도시들을 새롭게 연결하는 사업도 아니고, 경제성이 뛰어난 사업도 아니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국가가 보유한 철도부지를 사업 시행자인 국가철도공단 자회사(설립 예정)에 출자하고, 이 시행자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철도를 지하로 이전한 후 생긴 지상 공간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수익이 날 곳은 서울시 관내 경부선 정도로 여겨진다. 경부선 개발 이익을 수익이 안 나는 지역에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부산진역~부산역, 대전조차장, 안산 초지역~중앙역 등 3개 사업을 우선 추진하도록 지정했지만 이 역시 수익이 나기보다 지자체에서 예산을 보태는 등 지자체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선정된 곳들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5일 김포~파주 한강터널 건설현장을 방문해 잇따른 땅 꺼짐 관련 사고에 대해 “가장 먼저 놓아야 할 기반은 안전”이라고 말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땅 꺼짐이 연달아 반복되는 나라에서 철도로 단절된 도시를 연결한다는 명목하에 철도를 지하로 이전해야 하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할까. 돈이라도 되나? 돈도 안 된다. 가뜩이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지하 사업들도 수두룩하다. 철도 지하화까지 보태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