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제2의 사망자 없도록”…폭염 속 근로자 작업 현장 가보니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기덕 기자I 2025.07.09 13:35:14

철강·조선 등 중후장대 기업들, 폭염 대책 마련
조선사, 이동식 휴게시설에 선상 휴게실도 설치
수시로 작업장 내 체감온도 확인·온열질환 관리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면서 야외 현장 근로자가 많은 철강·조선업체 등 산업계 전반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온·고압의 물질을 다루는 고위험 작업이 많은 만큼 무더운 여름철에 임직원들의 온열 질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각 기업들은 폭염 시간대 작업시간을 단축함과 동시에 휴게시간을 연장, 이동식 휴게시설 설치 등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기상관측 이래 7월 상순(1~10일) 기온이 117년 만에 가장 무더운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자 전국에 작업장을 둔 각 기업들은 현장 근로자 안전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HD현대 권오갑 회장, HD현대중공업 이상균, 노진율 사장 등 회사 경영진이 지난달 18일 HD현대중공업에서 혹서기 대비 휴게시설 점검을 실시했다.(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는 업계 최초로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조선 계열사의 현장 근로자 휴식 시간을 확대 운영(체감온도 33도 이상시 휴식시간 10분→20분 연장)키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폭염 속 휴식 시간 확대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HD현대가 선제적으로 이를 도입한 것. 또 무더위가 심한 8월 초 2주간을 여름 휴가기간으로 정해 근로자들을 보호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산업안전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고, 안전한 조선소 문화 조성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혹서기에 이동식 버스 휴게시설 4대를 새롭게 운영하며 현장 근로자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근로자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냉방시설과 음수대 등을 갖춘 휴게실 50여 개소를 추가 설치했으며, 선박 위에서 작업하는 직원을 위한 선상 휴게실도 신규 마련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후장대(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제품을 생산하는 업종) 산업 중 하나인 철강업계도 연일 계속되는 폭염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좁은 공간 내 장시간 고온의 열에 노출돼 일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나섰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현장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절기 온열지킴이 알림 문자를 발송한다. 시간대별 체감온도와 단계별 휴식 시간, 물품 신청 방법 등을 안내해 직원들이 스스로 폭염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또 현장 감독자가 작업장을 수시로 점검해 작업 중 체감온도를 기록하고 작업자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체감온도 기준에 따라 ‘관심’, ‘주의’, ‘경고’의 3단계로 폭염 위험도를 구분해 단계별 휴식 장소 및 시간 메뉴얼을 제공하는 위험도별 현장 관리 수칙도 함께 운영한다. 유해성 포항제철소 산업보건센터장은 “무더운 여름철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해 냉방, 휴식, 건강 관리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아이스박스에서 물을 꺼내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현대제철도 ‘안전한 100년 제철소’를 만들기 위해 자회사·협력사들과 손잡고 혹서기 작업장 안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작업 현장의 위험 요인 발굴·개선 및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작업 절차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철강업은 중량물과 고온·고압의 물질을 다루는 고위험 작업이 많은 산업”이라며 “특히 여름철 임직원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리더들이 직접 현장을 살피고 위험요인을 개선하는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유·화학업체들도 직원들의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장 직원들에게 아이스팩, 선풍기 등 온열질환 예방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 올해 개정된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사업장별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을 실시해 폭염 관련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폭염에 대비해 음료와 소금 등을 비치하고 활용하도록 했다. 또 폭염 속 보호구 착용 소홀히 하는 것을 방지하고 집중력 저하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안전사고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 현장에서 혹서기 폭염대비책을 시행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장 근로자에게 매 시간당 휴식시간 부여, 작업 중 근로자 이상 여부 상시 확인, 폭염주의보·경보 발령 시 밀폐공간 작업 지양 및 작업시간 단축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때이른 폭염이 이어지면서 야외 노동자들의 온열질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20대 외국인 근로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용노동부는 33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면, 2시간의 근로 시간 안에 20분 이상 휴식 제공을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지난달 시행을 앞두고 규제개혁위원회가 재검토를 요청하며 무산된 바 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