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채용과정이 비정상적이고 타인 주민번호로 현금을 쪼개 송금하는 등 정황상 범죄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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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A씨는 2022년 3월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한 후 ‘김미영 팀장’이라 자칭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다. 김 팀장은 자신을 급여대행업체 직원이라 소개하며 고객을 만나 퇴직금과 월급정산서류를 전달하는 업무를 제안했다.
A씨는 2022년 4월 5일부터 12일까지 피해자 8명으로부터 9차례에 걸쳐 총 1억6900만원을 편취했다. 피고인은 현금을 받은 뒤 ATM을 통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100만원씩 쪼개어 지정된 계좌로 무통장 송금했다.
1심은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현금수거책’은 보이스피싱 범행이 완성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이라며 “비교적 단순 가담자라고 하더라도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채용과정에서 정상적인 급여대행사 업무로 믿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고, 보이스피싱 영상을 본 후 즉시 자수한 점 등을 들어 범죄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들도 거액을 건네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조직의 기망행위가 간교했다고 평가했다.
검사가 불복해 상고한 가운데 대법원은 2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암묵적으로 상통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범행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 인정을 위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보수의 정도,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대법원은 “피고인은 비정상적이거나 이례적인 절차로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게 되었다”며 “이례적인 절차로 채용하여 대면한 적이 없는 피고인에게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기는 것은 보이스피싱 등이 아니면 상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한 “타인의 개인정보를 사용한 거래로 사회 일반의 거래관념이나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의 수금방식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ATM 기기에 보이스피싱 범행 가담 주의 문구가 있음에도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송금한 점도 지적했다.
피고인이 당시 47세로 약 10년간 한의원 간호조무사, 요양병원 코디네이터 등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었던 점도 고려 요소로 제시했다. 구직사이트에 ‘채권추심을 명목으로 현금 수거 및 전달 업무를 하는 경우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일 수 있다’는 주의 문구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현금수거업무를 통해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며 현금수거책의 형사책임 인정 요건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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