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야구 마게팅에 빠진 식품업계, 야구장에서 호텔·편의점까지 '홈런 뻥'

노희준 기자I 2025.04.10 15:34:57

프로야구 1천만시대 MZ 야구팬 잡기 식품업계 혈안
야구장 인근 호텔에 전용 브랜드 룸 꾸미자 투수객↑
KBO 내걸고 빵·피자·티셔츠 등 내놓자 반응 '후끈'
무상·할인 제공→재미·응원 놀이문화 및 친환경 활동
"몰입 대상에 대한 취향 및 경험소비 작용"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푸른 야구장을 상징하는 잔디밭 카페트에 사람 크기만 한 노란색 켈리병이 우뚝 솟았다. 옆에는 뜨거운 불방망이를 상장하는듯한 빨간 야구 배트 2개와 물샐 틈 없는 수비를 떠올리는 육각형 방패가 걸렸다. 방패 안에는 하이트진로의 맥주 브랜드 켈리와 호텔 라마단 글자가 찍혔다. 가장 좋은 객실 안으로 들어서자 침대 옆에 놓인 커다란 야구공 카페트와 야구장 카페트가 눈길을 가로챈다.

라마다 서울 신도림 호텔’ 12층 객실 로비층 (사진=서울 라마다 서울 신도림 호텔)
신도림역에서 도보로 10분쯤 거리에 있는 ‘라마다 서울 신도림 호텔’의 12층 로비층과 객실에 들어서면 만나는 광경이다. 하이트진로(000080)가 호텔 라마다와 손잡고 야구장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꾸민 ‘켈리 브랜딩 룸’이다. 하이트진로는 라마다 신도림 호텔 12층 객실 5개와 로비를 야구 콘셉트 테마로 재단장해 이달 오픈했다. 이 호텔은 ‘찐야구팬’들의 성지 중 한 곳이다. 키움 히어로즈 홈구장이자 국내 유일 돔구장인 고척돔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어 야구팬이 야구 관람을 하고 이용하는 호텔로 유명하다.

라마다 호텔 관계자는 “20~30대 고객이 오후 4시에 체크인한 뒤 저녁에 야구를 보고 하루 묵고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미 예약이 찰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그는 “하이트진로에서 해당 객실에 무료로 제공하는 캔맥주(500ml) 4캔을 야구장에 가져가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식품업계가 야구 마케팅에 푹 빠졌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관중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야구가 그야말로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다. 야구 마케팅은 단순한 제품 무료 제공이나 할인을 넘어 놀이문화 등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서울 라마다 서울 신도림 호텔 켈리 브랜딩 룸 (사진=서울 라마다 서울 신도림 호텔)
최근 야구 응원에 최적화된 ‘한손 피자’격인 ‘썹자’(SUBZZA, SUB PIZZA 합성어)를 내놓은 도미노피자가 그런 경우다. 도미노피자는 KBO리그 개막을 기념해 10개 구단 로고가 새겨진 특별 패키지에 썹자를 넣어 내놨다. 썹자는 야구 응원을 하며 한 손으로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직사각형 모양을 띤 것이 특징이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KBO 리그 야구팬이라면 썹자와 함께 맛있고 즐겁게 응원하며 스페셜 패키지에서 자신의 응원 구단을 찾는 재미도 즐기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썹자 (사진=도미노피자)
스타벅스처럼 친환경적 요소를 강조한 야구 마케팅도 눈에 띈다. 스타벅스는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SSG랜더스 대 LG트윈스 3연전을 스타벅스데이로 진행하는데 친환경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우선 스타벅스데이를 기념하는 랜더스벅 유니폼을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 원사로 제작했다. 또 3연전 기간 개인 다회용 컵을 지참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루 1000잔씩 총 3000잔 분량의 아이스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2021년 첫 랜더스벅 유니폼을 선보일 당시 온라인 출시 10분 만에 매진됐고 2022년도에도 판매 시작 5분만에 완판됐다”며 “2023년에는 민트 색상 유니폼이 공개 4분만에 동났다”고 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다회용컵 지참 관람객에게 스타벅스가 제공한 무료 커피도 누적 2만 5000잔에 달한다.

HyperFocal: 0
뭐니뭐니해도 최근 야구 마케팅의 최고봉은 SPC삼립의 크보(KBO)빵이다. 크보빵은 SPC삼립이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업해 출시한 빵으로 전설의 ‘포켓몬빵’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 제품에는 롯데자이언츠를 제외한 9개 구단별 대표 선수 20명과 마스코트 등이 포함된 ‘띠부씰’(탈부착 스티커) 215종이 동봉돼 있어 야구 마케팅 진원지로 꼽힌다. 야구팬 사이에 이 띠부실을 교환하는 놀이 문화가 형성돼 크보빵을 구하려고 아침저녁으로 편의점을 들락날락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윤민석 SPC삼립 베이커리마케팅실 팀장은 “응원하는 팀의 선수 띠부씰을 모으는 재미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빵도 맛있어 재구매 의사를 갖는 경우도 많다”면서 “띠부씰이 랜덤(무작위)이라 기대하고 빵을 개봉하는 재미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크보빵에서 제외됐던 롯데 자이언츠용 제품도 롯데웰푸드를 통해 출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팬들의 요청이 쇄도하면서 롯데웰푸드가 전용 제품 출시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삼립 크보빵 (사진=SPC삼립)
야구 마케팅은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각 지역 프로야구팀 마스코트가 패키지에 들어가 있고 각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홈런볼 로컬 에디션’을 내놔 재미를 봤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지역별로 5만 봉지만 한정판으로 내놨는데 굉장히 빠른 시간에 완판됐다”면서 “마스코트가 홈런볼 패키지에 등장해 팬심을 자극한 데다 뒷면은 구단 유니폼을 입은 홈런볼 캐릭터 ‘Ro’가 각 팀 슬로건과 함께 등장해 소장욕구를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야구장에 가야 선수 티셔츠를 사고 굿즈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호텔과 편의점 등 일상 생활에서까지 야구장의 열광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기가 몰입해 좋아하는 선수와 구단에 대한 취향소비와 경험소비가 야구 마케팅 이면에 작용하는 힘”이라고 했다.

홈런볼 로컬 에디션(사진=크라운해태)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