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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지역에는 빨라진 온난화로 인해 4월부터 11월까지 장기 폭염이 잇따랐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월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4월과 6월, 8월, 9월에 월 평균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났는데, 지난해 9월에는 평년 평균기온보다 4.2도나 높았다.
잦은 폭염은 아시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시기에 해양열파의 영향 면적은 1993년 이후 가장 넓었다. 해양열파의 최근 10년간 평균 상승률(0.24도)은 전 지구 평균(0.13도)의 2배에 육박했다. 특히 북인도양과 일본 근해, 황해, 동중국해 등 우리나라 날씨에 영향을 많이 주는 해역의 해양열파 강도는 ‘심함’ 또는 ‘극심함’ 수준을 보였다. 황해와 동중국해는 해양열파의 발생 일수도 150일 이상으로 역대 최대였다.
해양열파는 수일에서 최대 한 달까지 수천 ㎢에 걸쳐 해양 표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으로, 해양 생태계와 어족 자원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해양열파의 강도는 △보통 △강함 △심함 △극심함 4단계로 구분된다.
이처럼 바다가 평소보다 달궈지고 겨울철 강설량이 줄면서 아시아 지역의 고산 빙하도 상당히 유실됐다. 히말라야 중부와 중국의 톈산 산맥에서는 빙하 24개 중 23개가 대규모로 유실됐다. 톈산 산맥 동쪽에 있는 우루무치 빙하 1호는 1959년 측정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아울러 지역별 강수량에 편차가 벌어지면서 아시아 전역에 극심한 강수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인도 케랄라 북부지방에서는 500㎜ 이상 강수가 집중되면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350명 이상이 숨졌다. 네팔에서도 기록적 폭우 때문에 최소 246명이 숨지고 94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해 5월부터 5개월간 태풍과 호우 현상으로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이에 대해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극한 기상 현상은 이미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의 생명과 생계를 지키기 위해 국가 기상청과 그 파트너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MO는 지난해 9월 네팔에서 일어난 대규모 홍수를 예로 들면서 최소 24시간 전에 제공된 조기 홍수 경보시스템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의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Early Warnings for All) 이니셔티브를 구현하는 일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는 2022년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2027년까지 전 세계 사람들이 조기경보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