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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원은 “(피고인이) 카드 매출 채권에 대해서는 신용카드사의 지급이 보장돼 있어서 이를 이 피해자들에게 담보로 제공하면 손쉽게 연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했다”며 “소상공인들에 대한 선정사업체이자 차입자로 본인이나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존재하지 않는 카드매출채권을 만들고 피해자들에게 대출을 받았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크로스파이낸스로부터 대출금을 빼돌린 뒤 기존 대출금을 돌려막기 방식으로 변경해 2020년 1월부터 20204년 8월까지 상당한 기간에 반복적으로 범행했다”며 “피해금액은 783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이고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서씨에 대해서는 “(김씨가) 피고인이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해 이 사건의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며 “이를 악용할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서씨가 김씨의 요청에 따라 프로그램의 개발과 유지, 보수에 참여했을 뿐 악용하는 것은 김씨의 몫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지시에 따른 점,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정황을 긍정적인 양형 요소로 참작했다.
지난해 김씨는 유령회사를 내세워 허위의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인 크로스파이낸스로부터 약 720억원 규모의 선(先)정산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업체로부터 60억원의 선정산대출을 받고 돌려주지 않았다. 그는 2022년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총 408회 걸쳐 루멘페이먼츠 자금 397억 원을 개인적 용도로 모두 소비한 혐의(횡령)도 받는다.
선정산대출은 카드 가맹점이 카드결제 대금을 선정산업체 등으로부터 대출 형태로 지급받고 정산일에 선정산업체가 PG사로부터 대금을 받아 자동 상환하는 방식의 금융거래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8월 사기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고 도주했다가 같은 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은신처에서 검거돼 구속됐다. 그는 이전 재판에서 사기와 횡령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