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외교가에 따르면 전날(9일, 현지시간) 말레이사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됐다. 11일까지 잇따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등이 진행된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의 불참이다. 북한은 고립주의를 내세운 이후에도 유엔과 ARF에는 꾸준히 참석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은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에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ARF 가입 이후 첫 불참으로 보인다.
불참 이유는 말레이시아와의 ‘단교’ 탓으로 풀이된다.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독살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북한과 말레이시아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고 2021년 결국 단교했다. 2019년 북미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후에도 북한은 최선희 외무상이 아닌 ARF 주재국 대사나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수석대표로 보냈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보내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북한은 다자회의 참석 대신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의 초청에 따라 로씨야련방 외무상 쎄르게이 라브로브동지가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우리 나라를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북한을 찾는 것은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행한 이후 1년여 만이다.
이번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방북 중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일정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6월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모스크바에 초청한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집권 후 아직 모스크바를 찾은 적이 없다. 만일 김 위원장의 방러가 이뤄진다면 10월 당 창건 80주년 행사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열릴 9차 당 대회 사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러시아에 3차 파병을 결의한 만큼, 이에 대한 보상 등 양국간 논의도 있을 전망이다. 앞서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1000명의 공병과 5000명의 군 건설 인력을 파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국가정보원은 7~8월 중으로 파병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사태나 향후 한반도 정세도 논의 대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 단계에서 어떤 목적인지 확인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진 않다”면서도 “통일부나 관계기관 모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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