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부탁해요"…피해자 요청에 한 달 동행한 경찰[따전소]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불법 촬영 피해를 겪은 여성의 요청에 경찰이 한 달 넘는 기간 출근길 동행 순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광진경찰서 중곡4파출소 인근의 주거지 전경. (사진=정윤지 기자)

1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초부터 서울 광진경찰서 중곡4파출소는 광진구 중곡동에 사는 30대 여성 A씨의 출근길에 그의 주거지부터 인근 버스정류장까지 400m쯤을 경찰 차량으로 뒤따르며 순찰하고 있다.

경찰의 동행은 지난 5월 30일 벌어진 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중곡동의 주택가에 사는 A씨는 금요일이던 당일 오전 출근길에 한 30대 남성 B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듯한 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중곡4파출소 순찰2팀이 확인한 결과 B씨 휴대전화에서는 A씨를 포함한 여성들을 몰래 찍은 사진과 영상이 여러 개 발견됐다. 경찰이 B씨를 체포하며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사건 발생 사흘 뒤 A씨는 중곡4파출소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아침 출근길에 동행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당시 전화를 받은 순찰2팀 임지민(37) 경위는 과거 관계성 범죄를 당한 바 있는 A씨에게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 즉시 40여 명의 파출소 단체 대화방에 A씨의 요청을 공유했다. 강동석(55) 중곡4파출소장도 A씨의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결정했고 강 소장은 A씨의 출근 시간과 동선을 파악해 이튿날부터 모든 팀원이 곧바로 동행 순찰을 하도록 지시했다.

강동석(55) 서울 광진경찰서 중곡4파출소장이 파출소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그렇게 시작된 중곡4파출소와 A씨의 동행은 일주일이 넘도록 이어졌다. A씨는 “며칠만 그러다 말 줄 알았는데 광진 경찰은 다르다”며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 소장은 “해야 하는 일인데 부끄럽기도 하다”며 “피해자의 불안에 공감한 동료에 고맙다”고 했다. 이어 “전 직원이 내용을 공유하도록 판단해서 알린 덕”이라며 A씨의 진술을 들었던 임 경위에게 공을 돌렸다.

중곡4파출소의 동행은 한 달이 넘은 이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박재영 광진경찰서장은 순찰에 참여한 중곡파출소 2팀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강 소장은 “당연한 일이었다”며 “요청받은 시간 대에 여성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주변 지역을) 탄력 순찰 지역으로 지정해 매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데일리에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별 이상 없는지 확인해주시고 더 필요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도 물어봐 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 번 더 인사를 전했다.

그는 “몇 년 전에 모르는 사람에게 망치로 폭행을 당해 죽을 뻔 했었다”며 “그래서 불안함을 엄청 호소했는데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줘 너무 감사하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